미국 SAT만점 받은 한국외대용인외고 김푸른샘양 양친 모두 국어선생님… 평소 '독서광' 대학생들과 함께 인권단체서 활동도 전국 자원봉사대회서 대상 수상 경력 "직업선택은 대학진학후 결정할래요"
빨간 뿔테 안경, 말 한마디에도 깔깔대는 영락없는 여고생이다. 용인외고 3학년 김푸른샘(18)양은 눈을 깜박거리며 "제가 뉴스거리가 되는지…, 이럴 줄 알았으면 좀더 예쁜 옷을 입는 건데…"라고 말했다. 누가 장난기 많은 여고생 아니랄까봐, 가슴 부근 교복 단추는 떨어지고 없었다. "어제 떨어졌어요. 아이 단추 달았어야 되는데. 호호."
"키가 얼마에요?" "히히, 아직 더 자라야 해요." 160㎝ 남짓한 작은 체구의 소녀지만 당돌하다. 질문을 받을 때나, 말을 할 때 상대방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김 양은 올 1월 미국 대입시험인 SAT에서 만점을 받았다. 미국에서도 만점을 받는 학생은 1년에 400여명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공부한 학생이, 그것도 고등학교 2학년이 만점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SAT는 작문 분야에서 논리적인 글쓰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공부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책도 많이 읽고 상식도 풍부해야 한다.
김 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영국으로 나홀로 유학을 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서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보내달라고요. 고민하시다가 저를 믿고 보내주셨어요." 초등학생이 공부하겠다며 혼자 영국으로 날아간 것이다. "향수병으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까봐 처음 1년 동안은 영국에만 있었어요."
처음엔 친구가 없었다. "여자들은 수다를 떨어야 하는데, 말이 안되니깐 처음에는 친해지지 못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영국 남자애들 하고 축구를 하면서 사귀었어요. 남자들은 수다도 안 떨고 축구는 말이 필요 없잖아요." 그렇게 3~4개월이 지나니 입이 떨어지더란다.
"외국에 있었다고 다 영어 잘하는 건 아니잖아요. 비법이 뭐예요?"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다. "한국어를 잘해야 영어를 잘 할 수 있어요." 김 양의 부모는 모두 국어선생님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단다. "초등학교 때도 일주일에 2~3권은 읽었어요. 요즘에도 틈을 내서 책은 1~2주에 한 권씩 읽으려고 해요." 영문 독해도 흐름을 따라야 하는데, 책을 자주 읽어야 그 흐름을 따를 수 있단다.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니다. 김 양은 한국에 돌아온 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솔로몬 공부방에서 저소득층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등 공부를 가르친 것이다. 방학 중에는 아무리 공부할 게 많아도 이 공부방에서 초등학생들을 먼저 가르친다. 김양은 이 봉사활동으로 지난해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당돌한 여고생은 인권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장애우 권익문제 연구소에서 인턴도 했다. "원래 대학생만 뽑는 거였는데 제가 편지도 보내고, 이메일도 쓰고 해서 특별히 뽑아주셨어요. 거기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이때 지하철 오목교역에 남자 장애인 화장실만 있고 여자 장애인 화장실이 없다는 문제를 김 양이 제기해, 새로 화장실이 하나 생기기도 했다.
국가 인권위원회에서 인권교육 자료를 받아 공부도 했다. "요즘엔 공부방에서 인권교육도 제가 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권리와 욕구를 구별하는 법을 가르치죠." 김 양은 지난 2006년 아이들에게 인권교육을 한 내용을 '꼬마샘의 별별수업'이라는 제목의 글로 제출해 인권위원에서 주관한 '인권교육실천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제 고3,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단다. 변호사도 되고 싶고, 작가도 되고 싶고, 기자도 하고 싶고, 인권 활동가도 좋다. 김 양은 "아직 어려서 그런지 꿈이 너무 많아요. 먼저 미국이나 영국의 대학에 진학 한 뒤에 어느 길로 갈지 생각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한마디 했다. "나중에 유명해지면 인터뷰 한 번 더하는 거예요. 잊지 마세요."
[조의준 기자 joyju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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