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봉하마을을 찾은 관광객들과 만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 노무현 전 대통령 | ||
장면2. 관광객들과 함께 달려간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이곳에 노 전 대통령과 100명 안팎의 시민이 서있었다. 흡사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온 사도와 그를 따르는 한 무리가 함께 있는 듯 보였다. 이들은 시종 밝은 얼굴로 까르르 웃으며 봄날 한때를 만끽했다.
장면3. 마을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간이식당. 등산복 차림의 남녀 15명이 들어왔다.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볼 기회를 놓친 이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그렇지만 이날 나들이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듯 ‘노무현을 위하여’라고 말하며 시원하게 한잔 들이켰다.
노 전 대통령의 인기가 날로 더 높아지고 있다. 퇴임한 전직 대통령이 국민의 관심을 받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진작에 평범한 수준을 넘었다. 청와대를 떠나기 전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에 있었음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을 무슨 아제(아저씨의 경상도말) 부르듯 한다.” 봉하의 한 주민이 기자에게 들려준 말이다. 그만큼 노 전 대통령과 국민들 사이의 이질감이 해소됐다는 얘기일 터. 그 이유와 관련, 현장의 시민들은 4가지로 정리했다.
이들은 정치와의 거리두기가 노 전 대통령의 인기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지금껏 전직 대통령들은 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정치 행보를 보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는 대선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적극 지지해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 전 있었던 당 공천에서 자신의 측근들이 줄줄이 떨어지는 것을 봐야만 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노 전 대통령은 다르다. 그간 수차례에 걸쳐 현실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한 말을 지키며 퇴임 대통령 문화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 “정파적 시각을 거두니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달리 보이더라”는 것이 기자가 만난 이들의 시각이었다.
경기도 일산에서 왔다는 김원갑(62)씨는 “젊은 대통령인 만큼 정치에 개입, 자신의 경륜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건 YS·DJ 두 전직 대통령처럼 되는 것이다”라면서 “언론이 자꾸 그런 식으로 몰아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중과의 진솔한 교감도 노무현 인기상승의 요인으로 꼽혔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은 꽤 검게 그을린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본시 내 피부가 뽀얀데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어서 밖에 나와있느라”라며 짖궂은 표정으로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한 여성이 “선크림을 발라요”라고 소리치자 “안 그래도 선크림을 보내주는 분들이 있어요. 계속 보내주세요. 앞으로 선크림 장사나 할랍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청중들이 웃었다. 허나 청중들을 상대로 한 노 전 대통령의 재담은 그치지 않았다.
그는 한 남성이 “이 동네사람인데 계속 대통령이라고 해야 합니까, 그냥 형님이라고 해야 합니까”라고 질문하자 흔쾌히 “형님합시다”라며 “그런데 형님하면 내 말을 잘 들어야 해요. 요즘은 형님하자고 해놓고 맞먹는 사람이 많아서”라며 씨익 웃기도 했다.
▲ 2일 봉하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등장에 즐거워 하는 모습 ⓒ 노무현 전 대통령 | ||
▲ 2일 봉하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등장에 즐거워 하는 모습 ⓒ 노무현 전 대통령 | ||
노 전 대통령은 시민들과의 이런 만남을 ‘공연’이라고 칭했다. 봉하마을을 찾는 시민들(일평균 2000명 이상)을 위해 하루에 서너 차례씩 이런 공연을 펼친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싫은 기색도 없이 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심지어 발가락 양말에 슬리퍼를 신은 모습을 보여주거나, 담배를 물고 동네가게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습을 연출하며 확실히 ‘팬서비스’를 해 보는 이들의 환호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노간지’ 등의 별명을 직접 붙여주면서 적잖은 환호를 보냈다.
이밖에 이날 봉하마을을 방문한 시민들은 지역사회를 위한 기여가 노 전 대통령의 인기 제고에 도움을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퇴임 후 그는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맑은 물 사랑 사람들’이라는 단체에 가입하는 등 지역을 위해 애쓰고 있다.
허나 노 전 대통령과 그의 사저를 둘러본 사람들은 조중동의 침묵이 그와 국민들 간 거리를 좁히는 데 가장 커다랗게 기여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대구 수성구에서 온 김경규(54)씨는 “현장에 와서 보니까 사저가 그리 크지 않다라”고 놀란듯 발언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전 수백억원을 쏟아부어 자신이 살 마을을 바꿔놓았다는 보수언론의 보도와 이에 기반한 한나라당의 주장이 확인해 본 결과 달랐다’며 “그동안 이들 보수언론이 얼마나 근거없이 노 전 대통령을 공격했을까”라는 입장을 표한 것이다.
심지어 어떤 시민은 “저 정도면 소박하게 지었는데 신문들, 특히 조중동이 너무 과장을 했다”며 “그래서 조중동을 보지 말아야 한다. 꼭 봐야 한다면 ‘미디어포커스’를 통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언짢은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이날 갓난아이를 안고 봉하마을을 방문한 한 여성은 노 전 대통령의 등장에 “오늘 출세했다”며 “아기야, 기 잘 받아라”라고 한편에서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순간 노 전 대통령은 그곳에 자리한 청중들을 상대로 해 역사의식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그는 관련된 발언을 마친 뒤 “지금은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던 일, 그러나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에 노 전 대통령과 10여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함께한 시민들은 그의 바람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며 박수를 보냈다.
퇴임 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 현재 자신을 향하고 있는 시민들의 사랑을 토대로 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성공한 전직 대통령의 모델이 되어주기 바라는 모습이었다. 이런 소망을 가진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봉하마을로 꾸준히 향하고 있다.
경남 김해 = 최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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