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야기♧

선운사 동백꽃이 피다가....

우리둥지 2007. 3. 12. 17:46
선운산 동백이 피다가 멈추었네
텍스트만보기   서종규(gamgu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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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운산 동백은 피다가 멈추었네.
ⓒ 서종규
순전히 선운산으로 산행을 잡은 것은 동백꽃이 보고 싶어서였다. 겨울에 피는 꽃 동백은 특별히 피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미 동백꽃 소식은 많이 들렸다. 하여 선운산 동백도 벌써 다 피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앞섰다. 초조함이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선운산 동백은 어찌 그리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가는가 모르겠다.

3월 10일(토) 오전 8시,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 팀 17명은 선운산 동백꽃을 맞으러 광주에서 출발하였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백양사 나들목으로 나가 고창을 거쳐 선운산으로 향하였다.

▲ 능선에서 바라본 선운사 모습
ⓒ 서종규
선운산의 본 이름은 '도솔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동여지도'에 선운사의 이름을 딴 선운산으로 기록되어 오늘날은 '선운산'이라 부른다. 선운산은 선운사를 중심으로 경수산(444m), 마이재, 수리봉인 도솔산(336m), 국사봉인 견차산, 소리재, 만월대, 낙조대, 천마봉, 배맨바위, 청룡산(314m), 쥐바위, 사지암, 투구바위 등 ㄷ자형으로 능선이 빙 둘러있다.

선운산 오르막은 대부분 선운사를 기점으로 한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산길은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다. 높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수림과 계곡은 부담 없는 산행에 그만이다. 하지만 봄철 산불 방지를 위하여 5월 중순까지는 대부분의 등산로는 폐쇄되어 있고, 단지 선운사 - 도솔암 - 용문굴 - 낙조대 - 천마봉까지 왕복 8km 정도만 개방이 되어 있다.

오전 10시 선운사를 출발하였다. 눈이나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부담이 되어 선운사 앞을 지나 산으로 향하였다. 선운사 앞으로 흐르는 도솔천을 따라 도솔암을 지났다. 그리고 용문굴을 통과하여 낙조대로 향하였다.

▲ 선운산 용문굴의 모습
ⓒ 서종규
용문굴은 거대한 바위 밑으로 굴이 파여 있다. 굴을 통과하는 길이다. 늘 그렇듯이 자연이 이루어 놓은 바위의 위력이 눈앞에 펼쳐진다. 굴 위 큰 바위에 산행을 나온 일가족이 쉬고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재잘대는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맑았다.

산은 다시 움츠리고 있었다. 봄의 흔적은 보기가 힘들었다. 늘 이른 봄 산행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생강나무의 노란꽃이 유일하게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생강나무꽃도 그 노란 빛이 조금은 지쳐 있었다. 2월의 따뜻한 날씨로 꽃을 피웠다가 3월 들어서 몰아닥친 꽃샘추위에 꽃잎을 움츠리고 있는가 보다.

▲ 선운산 천마봉의 모습
ⓒ 서종규
진달래나무엔 꽃눈이 하늘을 향하여 흔들거리고 있었다. 약간 분홍빛으로 그 빛을 드러내던 꽃망울은 여지없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봄이 온 줄 알고 꽃잎을 피우려다가 눈보라에 꽃잎이 얼어서 까맣게 타버린 것이다.

수직 절벽 위의 암봉인 천마봉은 꼭 말 한 마리가 그대로 서 있는 형상이다. 넓은 말등을 하늘에 드러내 놓고 우뚝 서 있다. 천마봉은 끝으로 가기 전에 낙조대부터 시작된다. 낙조대는 서해의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겠다. 서해의 일몰을 볼 수 있는 봉우리 앞에는 인기 드라마 <대장금> 중에서 최상궁이 자살한 곳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 능선에서 바라보이는 서해바다
ⓒ 서종규
낮12시 정도에 도착한 낙조대엔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개방된 등산로가 한 곳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 것 같았다. 날씨가 흐려서 넓은 서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서해바다가 가깝게 다가왔다.

낙조대에서 천마봉 끝으로 향하였다. 100m 정도 되는 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천마봉에서의 조망은 대단했다. 선운산의 여러 암봉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특히 도솔암 옆에 패인 바위들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웅장한 바위들이 즐비했다. 웅장하고 우람한 기상이 넘치고 있었다.

▲ 선운산 거대한 절벽이 겹겹이 쌓여 협곡을 이루고 있는데, 그 절벽 끝에 조그마한 암자(도솔암) 하나가 다소곳이 앉아 있다는 것은 보기 드믄 절경이다.
ⓒ 서종규
거대한 바위가 각각의 능선의 끝에 서서 마주보고 있는 사이로 깊은 협곡이 전개되어 있다. 거대한 수직 절벽 위에 도솔암이 있었다. 선운산의 절경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절벽이 겹겹이 쌓여 협곡을 이루고 있는데, 그 절벽 끝에 조그마한 암자 하나가 다소곳이 앉아 있다는 것은 보기 드믄 절경이다.

천마봉 끝에 앉아 도솔암의 절경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천마봉에 앉아 능선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눈앞에 펼쳐진 좋은 바위들의 모습은 한 폭의 한국화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능선과 능선을 이어주는 봉우리들의 모습과 우뚝 솟아있는 암봉들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 있다. 도솔암 주위의 암봉과 천왕봉과 배맨바위, 청룡산을 일자로 보는 경관은 무릎을 치게 하는 경탄할 만한 경관이다.

▲ 산 위에서 선운산을 바라보고 있는 등산객
ⓒ 서종규
멀리서 배맨바위를 바라보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배맨바위는 거대한 바위로 암봉이다. 두 마리의 괴수가 맞붙어 싸우는 듯이 보이기도 하고 거대한 송이버섯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 독수리의 부리같이 보이기도 하고, 거북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각각 달리 보이는 배맨바위는 바닷가 부두의 배를 매는 돌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들은 다시 일어나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도솔암을 들려 선운사로 향하였다. 선운사의 창건 설화를 보면 신라 진흥왕이 왕위를 버린 첫날밤, 진흥굴에서 잠을 잤단다. 꿈속에서 미륵삼존불이 바위를 가르고 나오는 것을 보고 감동하여 중애사를 창건하고 다시 이를 크게 일으켰는데, 이것이 선운사의 시초라고 한다. 한창 때는 암자 89개, 당우 189채, 수행 장소 24개소 그리고 승려 3000여명을 거느린 대찰이었다 한다.

▲ 바닷가 부두에 배를 매는 돌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름을 붙인 선운산 배맨바위 모습
ⓒ 서종규
동백나무는 사철 푸르고 꽃은 겨울에 핀다. 꽃은 대개 4월 초에 피지만 11월부터 5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꽃이다. 꽃이 가지 끝에 한 개씩 달리고 붉게 피는데 꽃잎 5~7개가 밑에서 합쳐져서 비스듬히 퍼져 피다가 떨어질 때 함께 떨어진다. 그 붉은 꽃잎 속에 노란 암술과 수술이 선명하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노래한다. 특히 동백꽃은 꽃잎이 따로따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이 통째로 떨어져서 더욱 시의 소재로 쓰인다. 겉으로는 꽃잎이 하나하나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밑둥은 나팔꽃처럼 하나로 되어 있어서 통째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선운사 동백꽃은 동백이 필 수 있는 한반도의 가장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해서 관심을 끈다. 선운사 대웅전 뒤에 있는 동백나무숲은 1만6000㎡에 30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는데 수령이 약 500~600년에 이르는 천연기념물 184호이다.

▲ 줄을 잡고 암봉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모습
ⓒ 서종규
'선운사 동백을 보러 갔더니/ 동백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로 시작되는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로 인하여 선운산의 동백은 더욱 널리 알려지고, 또 많은 사람들의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 서정주의 시 '선운사 동구' 전문


선운산의 동백은 피다가 멈추어 있었다. 어떤 꽃잎은 피다가 시들어 버린 것도 있었다. 2월의 따뜻함에 봄인 줄 착각하고 고개를 내밀다가 꽃샘추위에 타버렸는지 모른다. 푸른 잎에 온통 붉게 출렁일 것 같았던 선운산 동백은 몇몇 그루에는 꽃들이 피어 있었지만, 대부분의 나무들에는 아직 꽃망울만 또렷하였다.

▲ 선운사 대웅전 뒤에 있는 동백나무숲은 1만6000㎡에 30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는데 수령이 약 500~600년에 이른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184호로 지정돼 있다.
ⓒ 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