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야기♧

[스크랩] 덕유산 눈꽃트레킹과 노천온천 즐기기

우리둥지 2008. 1. 23. 21:56

덕유산 눈꽃트레킹과 노천온천 즐기기
[오마이뉴스 김정수 기자]
▲ 설천봉레스토랑
ⓒ2005 김정수
▲ 설천봉레스토랑 뒤쪽의 주목 설경
ⓒ2005 김정수
관광곤돌라에서 내리자 제일 먼저 설천봉레스토랑이 보였다. 해발 1522m에 자리하고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덕유산 주변의 전망이 한눈에 잡힌다. 레스토랑 뒤쪽의 전망대에는 망원경도 세워져 있어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다. 산자락에 자라는 나무들도 온통 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겨울채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삼각대를 레스토랑에 맡길까 하다가 그대로 들고 움직이기로 했다. 레스토랑 위쪽에는
팔각정이 눈으로 뒤덮인 채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주변의 주목과 구상나무 역시 눈꽃을 피우며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고 하는데, 말라 죽은 채로 서 있는 모습이 평소에는 애처롭게 보이지만 눈꽃이 나뭇가지에 달라붙으면 새 생명을 얻은 듯 싱그러움이 넘친다.

눈꽃의 진면목은 역시나 주목이 압권인데, 이 녀석은 겨울을 위해서 존재하는 듯하다. 1분 정도 걸어가자 평지가 끝나고 나무계단이 나왔다. 이 등산로를 따라 20여분을 오르면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 정상(1614m)이다. 눈으로 덮인 겨울철에는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 설천봉의 팔각정도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다
ⓒ2005 김정수
▲ 덕유산의 겨울꽃 설화
ⓒ2005 김정수
첫 번째 계단이 끝나고 오르막으로 꺾여 올라가는 길이 고즈넉한 겨울산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등산로 양 옆으로 울타리가 있고, 등산로 위로 약간 띄워서 나무판으로 길을 내놓았다.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려도 등산로가 눈 속에 묻히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나머지 계절에는 등산객들이 흙을 직접 밟지 않도록 해 흙의 유실을 막고, 토양오염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다 삼각대를 세우고 구도를 잡는다. 후배가 그 사이로 지나가며 멋진 모델이 되어준다. 아래쪽으로 삼각대의 방향을 돌리면 팔각정과 레스토랑, 곤돌라 승차장이 한눈에 잡힌다. 이렇게 많은 눈이 쌓였는데도, 보다 좋은 여건의 슬로프를 위해 인공눈을 뿌리고 있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자 온통 새하얀 세상이 펼쳐진다. 끝없이 이어진 설원은 어디가 끝이고, 어디가 시작인지 알 수 없었다. 영하 20도에 이르는 강추위도 느낄 겨를이 없이 사진을 찍으며 올라갔다. 향적봉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14분이었다.

드라마 <
여름향기>(KBS)는 덕유산 정상과 주변의 능선 일대에서 촬영되었다. 민우(송승헌분)가 등산을 하는 장면, 노을을 배경으로 바위 위에 누워서 잠드는 장면 등이 촬영되었다. 정상에서 삼각대를 세운 채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을 마지막으로 두 개의 배터리가 모두 방전되고 말았다. 날씨가 워낙 춥다보니 배터리 소모가 많아진 것이다. 슬라이드필름을 넣어 둔 수동카메라를 꺼내들고 주변풍광을 담기 시작했다.

▲ 눈꽃트레킹을 즐기는 등산객
ⓒ2005 김정수
▲ 하산중인 등산객
ⓒ2005 김정수
▲ 덕유산 향적봉 정상
ⓒ2005 김정수
디지털카메라는 배속에 품고, 배터리는 호주머니에 넣어 따뜻하게 만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흐렸던 하늘은 순식간에 구름들을 몰아내고 얼굴을 드러냈다. 멀리 중봉까지 이어지는 주능선이 길게 이어져 다가온다. 능선 한쪽 끝에는 송신탑이 우뚝 솟아 있어 비경을 반감시킨다.

2년 전에 보았던 푸르른 초원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초록빛으로 물든 산은 이제 은빛 설원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주능선 주변 설경을 5분 정도 슬라이드에 담았다. 다시 디지털카메라의 전원을 켜고 작동하자 촬영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껴서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 비경들을 제대로 담아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 한 차례 배터리가 방전되어 슬라이드 촬영을 하고…. 하산길은 미끄러워서 올라올 때보다 한결 힘이 들었다. 삼각대를 지팡이삼아 내려갔지만 내리막길에서 몇 차례 미끄러졌다. 배터리에 여유가 없다보니 한동안은 내려가는 데만 주력했다.

그런데 사진촬영을 접고 내려가자 추위라는 녀석이 매섭게 접근을 한다. 사진에 집중할 때 와 닿지 않던 추위가, 옷깃을 뚫고 뼈 속까지 얼릴 기세로 덤벼든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얼어버릴 것 같은 혹독한 추위다. 다시 카메라를 꺼내 촬영에 집중하자 강추위도 서서히 꽁지를 내린다. 팔각정과 레스토랑 주변을 내려다보며 촬영하고는 길을 나섰다. 그런데 마지막 나무계단을 10여 개 남겨놓고는 그만 쭉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 등산로에서 사진촬영하는 모습
ⓒ2005 김정수
무주리조트 노천온천탕의 자연석 위로 눈이 쌓여있다
ⓒ2005 김정수
▲ 노천온천탕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정원같은 분위기다
ⓒ2005 김정수
팔각정 앞에서 영동팸투어에 함께 참가했던 선배를 만났다. 리조트의 콘도에서 1박하고 이제 올라가는 길이라고 했다. 레스토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곤돌라를 타고 내려왔다. 산속에서 금방 방전되어 촬영을 못했던 디지털카메라가 창문으로 막혀있는 곤돌라 내에서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내려오는 내내 촬영을 해대도 아무 탈 없이 끝까지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곤돌라에 내려서 바로 노천온천탕으로 향했다. 야외다보니 김이 모락모락 솟아나는 온천탕 주변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어 이국적이었다. 온천탕 주변의 땅은 눈 속에 덮여 꽁꽁 얼어붙었는데도 뜨거운 물이 계속 솟아오르는 것이 신기했다. 일본의 노천온천탕 풍경을 연상시킨다.

노천온천은 3개의 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변을 자연석으로 쌓은 데다 주변에 소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소나무 역시 눈을 한껏 뒤집어쓴 채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노천온천이 하늘만 보이도록 설계한 것과 달리 벽 자체가 없는 정원 같은 느낌의 온천이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노천온천을 즐기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2년 전 가을에 이곳에서 수영복을 입고 온천욕을 한 적이 있는데, 피로감이 사라지면서 이튿날 한결 가뿐하게 아침을 맞이한 기억이 있다. 후배와 함께 사진 촬영을 마친 후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했다. 황태해장국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는 만선하우스로 향했다. 이곳에서 후배들과 헤어진 후 드라마 <
12월의 열대야> 세트장에 가기로 했다.

/김정수 기자

출처 : 5060들의 손에 손잡고
글쓴이 : 이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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