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야기♧

[스크랩] 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스토리 고장 남원의 깊은 참맛

우리둥지 2013. 6. 9. 07:26

남원은 스토리가 많은 고장이다. 조선 태종 때 황희정승이 남원으로 유배되어 왔을 때 세웠던 누각이 광한루인데, 지금은 만든 이의 역사보다 성춘향과 이도령이 만났던 광한루로 더 유명하고 그들이 건넜다는 오작교와 춘향이가 탔던 그네로 이어지는 사랑의 스토리가 훨씬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한편 남원은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가 발원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 외 지리산 여러 골짜기 가운데서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폭포수의 절경인 뱀사골은 계곡미가 뛰어나기로 손꼽히는데, 이곳을 갈 때 주로 거치는 곳이 남원이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도 남원의 주천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추어탕의 본고장이기에 멀리서 찾아오는 맛집순례 손님들로 남원은 또 한번 유명하다. 천거동을 중심으로 50여 개 추어탕 판매점이 밀집된 거리가 형성되어 있고, 도로 중앙엔 평소 하찮게만 여겼던 미꾸라지가 노랑 모자를 쓴 귀여운 형상으로 하늘까지 치고 올라갈 듯한 모습을 한 채 추어거리임을 자랑하고 있다. 섬진강의 지류에서는 미꾸라지를 비롯한 민물고기가 많고 지리산의 각종 산채는 봄에는 생나물로 다른 계절에는 마른 묵나물로 사철의 식량이 되는데, 그런 식재 활용이 돋보이는 지역이 바로 지리산 가까운 남원이다.

원조 추어탕의 균형 잡힌 국물 맛

새집

새집은 억새풀집의 순우리말로, 1959년 오픈 당시 억새풀집으로 이은 지붕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지금은 미꾸라지전문집이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건물을 가지고 있어, 규모면에서나 전통에서나 일대 추어탕집의 선두임을 자랑하고 있다. 오픈 때부터 줄곧 미꾸라지 요리만 선보였고 추어탕, 추어숙회, 추어튀김 등 역사만큼 미꾸라지 요리도 다양하다. 요즘은 옛날처럼 자연산미꾸라지만으로 끓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남원 내 조합에서 운영하는 미꾸라지 양식장이 있어 믿을 수 있는 미꾸라지를 공급받고 시내에서 동쪽 지리산방향인 운봉면에 시래기 밭을 가지고 있어 마른시래기와 소금에 절인 시래기를 적절히 섞어 추어탕의 기본 맛을 내고 있다. 추어탕을 시키면 수저가 꽂히도록 시래기가 듬뿍 나와 깜짝 놀란다. 아주 보드러운 시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칠어서 부담되는 맛은 아니다. 갈은 미꾸라지, 아낌없이 들어간 시래기, 된장 등 걸쭉한 농도의 국물은 마치 조화를 이룬 오케스트라의 음악 한 소절을 듣는 듯하다. 밸런스가 잘 이루어졌다. 반찬 없이도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진한 추어탕인데도 전라도의 후한 인심은 여러 가지 반찬을 함께 내어 놓는다. 그 중 큼직하게 잘라 담은 물깍뚜기 맛과 슴슴한 맛의 냉콩나물국은 얼큰한 추어탕을 먹기 전과 후의 입맛을 잘 가다듬게 하는 역할을 한다.

메뉴 추어탕 8천원, 미꾸리튀김 1만원부터, 추어숙회 3만원부터

전화 063-625-2443

주소 전북 남원시 천거동 160-206

얼큰한 탕 하나로 승부건 집

현식당

추어거리에서 아침 8시부터 오로지 미꾸라지로 만든 탕 한가지만 파는 곳이다. 식당 안에 들어서면 마치 단품 메뉴를 파는 기사식당에 온 듯한 기분이 된다. 이곳의 추어탕은 약간 붉은기가 도는 얼큰한 스타일이고 뼈도 약간씩 씹히는 국물이다. 아주 맵게 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청양고추를 넣지 않아도 되고 미꾸라지의 잡내를 없애는 산초가루를 생략해도 될 것 같다. 그 정도로 국물 맛이 안정되어 있다. 시래기 건더기가 가득하고 걸쭉한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국물 위주로 적량의 건더기가 있는 시원한 해장국 스타일이다. 사장의 성이 '현'이겠지 했는데 알고 보니 아이 돌림이 '현'이라서 현식당이 되었다는데 기억하기 쉬운 상호명임에 틀림이 없다. 저녁 7시나 7시반 정도에 그날의 추어탕 국물이 거의 떨어지면서 장사를 마치는 식이니 현식당 국물 맛은 초저녁 안에 서둘러서 맛봐야 된다. 이 집의 추어탕은 택배로도 맛볼 수 있다. 1인 분량이 한 봉지로 포장되어 배달되는데, 현지 맛과 크게 떨어지지 않는 제대로된 국물이다.

메뉴 추어탕 8천원

전화 063-626-5163

주소 전북 남원시 천거동 160-6

지리산에서 하산한 진정한 산채

심원첫집

남원읍에서 1시간쯤 달려 지리산 정령치를 넘어 가면 '하늘 아래 첫동네'라는 푯말이 있는심원마을을 만나게 된다. 행정구역상 구례면 산동면에 속하는 오지 마을이다. 이 산속에서 산나물로 자리를 지켰던 심원첫집이 더 많은 중생을 구하기 위해 하산하듯 남원으로 확장 이전하여 올초부터 새롭게 영업을 시작했다. 말쑥한 2층 양옥집인 음식점을 봐서는 판에 박힌 음식이나 나올 것 같다. 그런데 1만원짜리 산채정식을 시키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얀 비닐천을 깐 상 앞에서 기다리니, 다섯 개의 반찬종지가 한 줄씩 늘어서기 시작하여 32가지에 이르고 거기에 청국장이 더해지고 석이버섯이 얹어진 돌솥밥이 끝으로 나온다. 반찬은 다양한 산나물 외에 장아찌, 김치, 도토리묵 등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재료가 지리산 심원마을의 산채들이란다. 된장에 박은 고추, 깻잎, 매실장아찌, 무짠지무침, 말린죽순나물, 각종 취나물 등 헤아리기 어렵다. 술안주거리인 흙돼지두루치기도 있지만 고기는 일체 홀에서 굽지 않는다. 고기냄새가 섞이면 나물의 향취를 느끼기 어렵다는 주인장의 철학에서 나온 원칙이다. 가족들이 봄이면 지리산으로 나물을 채취하러 간다는 산채이야기를 심원첫집에서는 물씬 즐길 수 있다.

메뉴 산채정식 1만2천원, 산채비빔밥 8천원, 흙돼지두루치기 2만원

전화 063-632-5475

주소 전북 남원시 신촌동 313

어린순으로 만든 세심한 산채밥

에덴식당

지리산 정령치를 오르는 고지를 돌아돌아 가다 보면 민박촌이 나온다. 에덴식당은 그 주위에 있는 산채전문점 중에 한곳이다. 남원 주민의 강력추천을 받고 산채에 대한 기대를 안고 식당에 들어섰는데 청국장냄새부터 진하게 밀려와 과연 산채나물이 잘 나올까 하는 우려가 앞섰다. 그런데 나오는 한상의 나물들은 어린 풀잎상이다. 어떤 나물을 집어먹어도 야들야들하다. 어린잎을 말렸기에 건채소로 만든 나물도, 지금 계절의 나물도 모두 연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을 잘 지키고 있다. 고사리, 뽕잎나물, 참비듬나물, 취나물, 방풍나물, 비비초, 곤드레, 고춧잎 등 들어보지 못하던 나물도 있지만 먹어봤던 나물도 원래 이렇게 연한 맛있어나 하고 새삼스러워진다. 거기에 깻잎장아찌 위에 곱게 채썰어 얹어진 고명만봐도 주인이 정성을 들이고 멋을 살리려는 노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슴슴한 나물에 고추장을 넣어 비비는 것이 아까운 심정이 들 정도다. 들어서자 마자 상큼한 향기를 주지 못했던 범인인 청국장의 맛은 의외로 구수하고 그리 부드러울 수가 없다.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에덴식당의 부드러운 산나물을 먹어본다면 앞으로 지리산 베지테리안으로 살아볼까 하는 유혹에 잠시 빠질 것 같다. 이곳은 초겨울까지만 산나물백반을 팔고 나물이 부족한 겨울 12월15일부터 다음해 2월 25일까지는 식당을 아예 닫는다. 요즘은 주방 찬모가 아파서 오전 9시부터 4시까지로 단축영업을 하고 있다고 하니 확인해보고 찾아가면 좋겠다.

메뉴 산나물백반 8천원

전화 063-626-1633

주소 전북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706

숯불 한판에 구워먹는 달달한 옛 너비아니

지산장

지산장하면 단연코 숯불고기다. 자리에 앉으면 나물을 비롯한 10여 가지의 밑반찬이 깔리고 지글지글 지리산 참숯이 타고 있는 화로가 상 한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얇게 펼쳐진 양념된 쇠고기가 화로 위에 놓인다. 이때부터 달콤한 양념냄새에 푹 빠져들게 된다. 양념고기, 그것도 단 맛의 고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생고기를 먹어야 제대로 된 고기맛이라고 큰소리치던 사람일지라도 지산장 화로 위에서 익어가고 있는 고기 앞에선 내가 언제 단맛의 고기를 싫다고 했냐며 아무 말 없이 단숨에 한판을 먹어 치우고 만다. 1인분이 서운해서 대개 2인분을 마다하지 않고 20대 청년이라면 3인분이상도 거뜬하다. 43년 동안 식당을 해왔고 이제 일흔을 바라다보는 곱게 나이 드신 주인할머니는 원래 친정이 꿀농사를 해서 그 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단맛의 비결을 살짝 밝혀주신다. 지산장고기는 식으면 육포처럼 말라버리기에 식기 전에 먹는 것이 좋다.

쇠고기를 석쇠에 구운 뒤 다져 만든 지산장 양념고추장은 고기를 싸먹는 쌈용을 넘어서 각종 요리에 이용되는 테이크아웃용으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메뉴 숯불고기한정식(1인분) 2만원

전화 063-625-2294

주소 전북 남원시 죽항동 80

시원한 박국물의 진수

박토랑

흥부와 놀부가 박을 타며 박타령을 부른다는 흥부전의 발상지, 남원. 그 남원에서 이런저런 박요리를 먹을 수 있는 박토랑이라는 맛집이 있다. '박'과 '레스토랑'을 합친 '박토랑'은 식당 한쪽 벽에 다양한 박공예품이 있어 오로지 '박'자랑이다. 박은 칼슘 등 무기질이 많고 섬유질이 풍부하다. 옛날 궁중에서는 음식에 박을 넣어 음식의 기름기를 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박토랑에는 생박, 말린 박고지, 박잎 등 이런저런 박을 이용한 메뉴들이 여럿이다. 박고지들깨탕이 포함된 정식메뉴부터 박나물을 넣은 비빔밥, 생박을 이용한 시원한 국물요리까지 다양하다. 특히 생박을 자박자박 잘라 넣고 산낙지를 넣은 박속낙지연포탕은 시원함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재료의 배합이기에 속풀이에 그만이다. 불고기와 낙지가 들어간 불낙전골은 일반적으로 흔한 요리이지만, 박토랑의 불낙전골엔 박고지가 들어가 쇠고기와 조화를 이뤄 깊은 국물 맛을 내고 있다. 10년 이상 지역의 식재료를 가지고 음식개발을 해온 사장의 노력은 오가피나물, 뽕잎장아찌 등 밑반찬 하나하나까지 정갈함으로 전해진다.

메뉴 박속낙지연포탕(1인분) 1만5천원, 불낙전골(4인) 5만원

전화 063-632-6740

주소 전북 남원시 금동 216-1

 

<온누리님의 글을 수정하여 다시 올린 글입니다.>

 

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스토리 고장 남원의 깊은 참맛
http://media.daum.net/v/20130605161513052

출처 : 남원사이버홍보단
글쓴이 : 카페관리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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