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신세효의 죽음 |
강 명 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
흉년이었다. 조정에서 백성들이 바치는 세금을 깎아주라는 명을 내렸다. 흥양현(興陽縣)의 백성 신세효는 불만이었다. 세금을 깎아주려면 공평해야 하지 않는가. 자신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홧김에 술을 마셨다. 흥양현감 양완(梁垸)은 고을 바깥의 창고를 점검하기 위해 길을 나선 참이었다. 신세효는 양완의 앞을 가로 막고, 취기에 큰 소리를 질렀다. “성주(城主)여, 성주여. 나를 좀 보소, 나를 좀 보소!” 성주는 백성이 고을 원을 부르는 말이다. |
고을 원에게 불공평을 하소연하다 맞아 죽었는데 |
양완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신세효는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공평하지 못하다고 원망하는 말을 쏟아냈다. 양완의 정사가 불공평하다는 말이었다. 신세효는 양완이 탄 말의 등자를 붙잡고 큰 소리로 거듭 억울하다 외쳤다. 양완은 신세효를 뿌리치고 현청으로 돌아왔지만, 상것이 등자를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는 사실이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며칠이 지난 뒤 양완은 신세효를 현청으로 불렀다. 엎어놓고 매 15대를 쳤다. 매를 맞은 신세효는 몇 걸음 비틀거리며 걷다가 픽 쓰러져 눈 코 귀 입 등 온몸의 구멍으로 피를 쏟고 죽었다. 신세효의 아들이 관찰사 민태혁(閔台爀)에게 억울함을 호소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사건의 경개를 파악한 민태혁은 왕(정조)에게 15대의 형장(刑杖)이 형벌을 남용한 것은 아니지만, 신세효의 호소가 세금 감면이 불공평함을 들고 나온 것이니만큼 간사한 아전이 농간을 부렸는지 먼저 조사해야 할 것인데, 양완이 형장을 독하게 쳐서 죄 없는 사람을 죽게 했다면서 해당 기관에서 조사해 처리할 것을 요청했다. 요약하자면, 양완은 남형(濫刑)의 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정조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정조가 양완의 죄를 다스리고, 신세효의 억울한 사정을 보살폈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정조의 말은 딴판이었다. 정조는 이렇게 말머리를 뗐다. “살인자는 죽인다는 법이 엄중하기는 하지만, 고을 원과 백성의 명분 역시 무거운 것이다.” 정조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고을 원과 백성의 명분이다. 그는 신세효가 “나를 좀 보아달라”고 말을 한 것과 양완의 말등자를 붙잡았던 행동은 대단히 무엄한 것이며, 관장(官長)이 된 양완의 입장에서 그 무엄한 짓거리를 한 번 다스리려고 했던 것 역시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 양완이 사용한 매는 손가락 굵기 만한 것으로 법을 벗어난 것이 아니며, 고을 원이 50대까지는 재량껏 칠 수 있으니, 양완에게 남형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조는 양완을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신세효에 대해서는 제풀에 쓰러져 죽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정조실록』 14년 4월 3일 참조). 신세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흉년에 조정에서 세금을 감면해 준다고 하여 좋아했지만, 자신이 감면 받은 것은 다른 사람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억울하기 짝이 없어 술을 먹고 고을 원의 말등자를 붙잡고 하소연했다가 관정(官廷)에서 매를 맞고 죽었다. 고을 원에게 하소연한 것이 매를 맞을 일인지, 죽을 일인지 정말 모를 일이다. 신세효가 호소했던 그 불공평 문제는 어느 새 사라지고 말았다. 정조 역시 그 문제는 안중에도 없었다. |
‘백성’ 아닌 ‘국민’인 나는 정치의 주체인가? |
정조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임금이었다. 『정조실록』을 보면 정조는 백성을 ‘어여삐’ 여겨 구휼하는 데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던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백성은 구제의 대상, 돌봄의 대상으로만 있어야 한다. 불쌍히 여겨 해 주면 해 주는 대로 잠자코 있어라. 백성은 자기주장을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만약 그럴 경우 가혹한 처벌이 따르리라. 이것이 왕과 양반들의 생각이었다. 달리 말해 백성은 정치의 대상일 뿐, 결코 주체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19대 국회가 시작되었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출한다. 신세효는 백성이었지만, 나는 국민이다. 그런데 물어보자. 오늘날 백성 아닌 국민인 나는 정말 에누리 없이 정치의 주체인가. 훌륭하신 독자 여러분께 물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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