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 이야기♧

국회의원 보좌관이 가족 취직 자리냐?

우리둥지 2009. 7. 17. 12:48

국회의원 보좌관이 가족 취직자리냐


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 회장


KBS에서는 모처럼 국회의원들의 공적인 활동과 관련하여 사적(私的)으로 흘러간 면이 없는지 점검하는 폭로성 취재결과를 발표했다. 한 가지는 상임위 활동의 일환으로 외국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꼭 공적인 업무만 수행하느냐 하는 것을 취재했다. 국방위 등을 몰래 취재했는데 공식적으로 부인 동반여행을 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내조에 애쓰는 부인들을 모처럼 외국의 초청으로 동반해간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10여일의 일정 가운데 단 한 차례의 초청만찬을 위해서 부인까지 동반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하나로 거론되었고 또 하나는 공식일정 이외의 관광이 주된 출장목적이 아니었느냐 하는 점이었다. 그들이 쓴 돈의 액수도 취재대상이 되었다. 국사에 바쁜 국회의원들이 모처럼 외국 나들이를 하면서 자기 돈 내고 부인을 동반한 것 까지 시비를 거는 것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물론 타국과의 교류에만 집착했다면 부인 동반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휴식이 필요할 때도 있기에 여가를 선용하는 것은 활력소 구실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어느 때인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느껴야 할 국회의원들이 설혹 초청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이 지켜보고 있는데 외국에 나가서 관광이나 즐겨야 하느냐 하는 문제점을 생각했어야 옳다.

선출된 공직자들의 외국여행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의원들을 막론하고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초단체와 광역단체를 합쳐 지자체 의회만도 자그만치 250개 가깝다. 여기에 속해있는 의원들이 해마다 해외시찰을 떠난다. 엄청난 혈세를 해외 출장비용으로 사용한다. 명분은 뚜렷하다. 기초의회는 기초의회대로, 광역의회는 광역의회대로 외국의 동급 지자체와 교류를 내세운다.

그것이 꼭 필요한 행사냐 하는 것은 나중 문제고 우선 떠나고 본다.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크게 고려하는 법이 없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경비를 가지고 가느냐하는 것이 요령이다. 언론기관에서는 심심하면 이 문제를 터뜨린다. 연례행사로 되풀이되고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러운 일처럼 고발한다.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서 문물의 안목이 높아지고 의회활동에 보탬이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문제다. 이것은 어쩌면 감정적일 수 있다. 실체는 다른데 감정은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는 것이기에 각급 의원들이 언론기관과의 소통과 사전 브리핑을 통해서 부정적인 측면을 삼제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KBS보도를 통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보좌관을 비롯한 비서체제가 언급된 것은 정곡을 찌른 히트였다. 국회의원에 당선하면 의원을 보좌할 비서진을 자기가 꾸민다.

대통령 당선자가 청와대 비서진을 대부분 자기 사람으로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 일이다. 국회의원에게는 보좌관 등을 새로 뽑게 되는데 이들에게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직급이 주어진다. 상당한 예우를 받는다. 이 제도는 의회를 운영하는 모든 나라가 공통인데 한국에서는 인턴 두 사람을 포함하여 모두 8명으로 비서진을 구성한다. 의원 혼자서 수행하기에는 벅찬 업무를 그들이 보좌한다.

선진국에서는 보좌관의 역할이 대단한 면을 가진다. 그들은 정부의 정책에도 말발이 먹히며 외교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현지에 파견되어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국회의원에 못지않은 실력과 지식을 가지고 날카로운 판단력으로 의원을 보좌하는 직책이다. 따라서 우수한 인재가 보좌진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의원의 성가를 높이고 언론의 각광을 받게 만든다.

그런데 KBS보도에 따르면 많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아들딸이나 동생 조카 등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임명한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이를 취재하려고 다가간 기자를 회피하느라고 뺑소니를 치는 꼴불견도 여과 없이 방영되었다. 의원들의 반응도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다. 별다를 의식도 없이 “아들이 해보겠다고 해서 썼다”는 등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국회의원이란 자리는 국가의 중요정책을 결정하기도 하고 법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대접을 받는다. 사적으로 가족들이 모여 앉아 사랑방식으로 운영해서는 안 되는 자리다. 이러한 기초조차 외면하고 취직하기 어려운 친인척을 불러 아까운 국고에서 지출되는 보좌진에 대한 봉급을 낭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신시절 국회의장을 했던 사람이 부인을 보좌관으로 등록한 일이 있다. 시퍼런 독재가 판을 치는 시절이었지만 언론에서 크게 말썽을 빚었다. 친인척이라고 인재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국사를 논하는 마당은 널리 인재를 구하여 보좌를 받는 게 옳다. 선진국들도 그렇게 한다. 지금이라도 친인척 보좌진은 즉시 사퇴를 하는 것이 정당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