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한국 국민들에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지 10년 사이에 멕시코의 농업과 농산물 시장은 무정부 상태가 됐습니다. 미국에 대한 식량 의존도는 나프타 이전의 10%대에서 현재 40%로 높아졌습니다. 200만 명의 농민들이 농사를 짓던 땅을 떠나 열악한 근로조건과 너무나 낮은 임금의 일자리만 제공하는 마킬라도라 산업단지로 이주했습니다. 그런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농민들은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고 있습니다.
나프타 협상이 진행되던 당시 멕시코 국민들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미국의 상품들을 싼 값에,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백만 명의 농민들과 중소기업인들이 희생되더라도 소비자 후생이 높아지므로 나프타가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나프타의 혜택이 돌아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멕시코의 주식인 또르띠야 가격만 보더라도 나프타 발효 직전인 1993년 12월 1Kg당 0.8페소였다가 지금은 7~8페소입니다. 12년만에 가격이 10배로 폭등한 셈입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미국 농산품들이 멕시코 시장에 덤핑 가격으로 쏟아지면서 또르띠야의 원료인 옥수수 가격은 끊임없이 하락했는데도 말입니다. 그 이유는 카길과 같은 소수의 미국계 기업들과 이들이 상당한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멕시코 대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해 농산품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멕시코 정부는 미국시장과 인접한 북부지역에서는 브로콜리, 아보카도 등 일부 농산품의 대미 수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고 선전합니다. 하지만 이런 수출 역시 몇 안 되는 미국계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과 FTA를 맺은 지 10년 정도 지난 2002~2003년에 수십만 명의 멕시코 시민들과 농민들이 나프타의 재협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습니다. 또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정부에 나프타의 재협상을 촉구하는 서명을 했습니다. 당시 그들이 했던 요구는 나프타의 농업 관련 규정, 특히 주곡인 옥수수와 콩에 대한 규정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미국, 캐나다 측과 다시 협의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폭스 대통령과 농림부, 경제부 장관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마저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멕시코, 미국, 캐나다 세 나라 정부는 '나프타 플러스(NAFTA Plus)'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3국 정부들은 나프타가 체결된 지 15년째인 2008년이면 나프타의 이행의무 사항들이 마무리되므로 나프타를 현재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즉 세 나라 경제를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통합하고 역내 교역량을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나프타 플러스의 본질은 멕시코와 캐나다의 정부가 미국 정부의 '반(反)테러 전략'에 순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멕시코 국민과 국회를 속이면서 나라의 통치권을 미국에 맡기자는 것입니다. 나프타 플러스가 체결되면 세 나라의 사회는, 국회는 도대체 어디에 있게 될까요?
이번 대선에서 내가 소속된 민주혁명당이 나프타의 재협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게 된 배경이 바로 이것입니다. 저는 '자유무역'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카길과 같은 미국계 초국적 기업들의 독점을 보장해주는 '독점협정'이지 결코 자유무역 협정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역 모델입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어떤 무역규칙이 한국 경제와 사회를 이롭게 할 것인지' 숙고에 숙고를 거듭했으면 합니다.
2006년 7월
빅토르 수아레스 카레라 / 멕시코 하원의원·민주혁명당(P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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