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선언
- 故 요한 바오로 2세를 추모하며
죽음의 순간에도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라고 서슴없이 말 할 수 있는
당신의 그 마지막 고백이
하나의 노래처럼 기도처럼
지상에 남은 우리를 울립니다
지구라는 별에
우리가 아직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이
당신의 행복선언으로
새삼 행복해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흔히 고백하는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 보다
더 신선한 충격으로
아름다운 여운으로
가슴을 적셔오는 그 말씀
행복하지 않아서가 아닌데도
'행복하다'는 표현에 인색했던 이들에게
일상의 밭에 묻힌 조그만 행복찾기를
주저했던 이들에게
당신의 행복유언은 빛나는 선물입니다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서로에게 복을 빌어주며
우리도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어느날 세상을 하직할 때
우리도 당신처럼
'나는 행복합니다.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고
진정으로 고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봄 언덕의 들꽃처럼
겸손하고 순결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울면서
아파하면서 인내하면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지금부터 열심히 걸어가려
두 손 모으는 기쁨이여
이해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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