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동 의 글♧

내가 관객이 되어야 보인다.

우리둥지 2013. 4. 19. 17:47
흔히 ‘손님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라’고들 하잖아.
하지만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더 잘 모르는 거야.
‘손님’이 아니라 ‘나’여야지.

(우노 다카시, <장사의 신>에서)

*****

아름다운 경치가 있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그 경치를 보여줍니다.
아이도 분명 그 경치를 좋아할 거라 생각합니다.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을 그리며 이곳저곳 데리고 다닙니다.
좋아할 거라 생각했던 아이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왜 좋은 경치를 보고 우는지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습니다.

아빠 엄마가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동안
아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리만을 보며
공포를 느끼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같은 장소에 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도
부모와 어린 아이가 보는 것은 같지 않습니다.
같은 입장이 되어서 보아도 같은 느낌을 가지지 않습니다.
부모는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지만 아이는 공포에 떱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입장으로 봐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와 같은 곳에 서서 바라봐도 아름답기만 할 뿐입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즐거워하지 못하는 아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단정짓고 맙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려고만 했을 뿐
아이가 되어서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곳에 서서 본다고
같은 것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와 같은 곳에서 본다고 같이 보이지 않습니다.
상사와 같은 곳에서 본다고 같이 보이지 않습니다.
부하와 같은 곳에서 본다고 같이 보이지 않습니다.
손님과 같은 곳에서 본다고 같이 보이지 않습니다.

같은 곳에서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상대방이 되어서 보아야 합니다.
아이가 된 내가 되어서 보아야 아이와 같이 봅니다.
상사가 된 내가 되어서 보아야 상사와 같이 봅니다.
부하가 된 내가 되어서 보아야 부하와 같이 봅니다.
손님이 된 내가 되어서 보아야 손님과 같이 봅니다.

오늘도 인생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합니다.
내가 연기를 어떻게 하고 있는 보고 싶으면
내가 먼저 관객이 되어서 보아야 합니다.
혼신을 다해 연기를 하고 있는 나를,
행복하게 연기를 하고 있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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