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의 유충에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유충이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말라 죽게 된다. 이 바이러스는 서양 벌과 달리 토종벌에 특히 치명적이다. 정부는 작년 말에 낭충봉아부패병을 법정가축전염병 2종으로 지정했으나 아직까지 치료법과 백신은커녕 발병 원인도 밝혀내지 못했다.
임씨는 젊은 시절 공장에서 일하다가 프레스에 오른 손목이 잘린 후 허공달골에 들어와 이웃마을의 벙어리 처녀와 결혼하여 토담집을 짓고 토종벌을 키우며 살아왔다. 그동안 토종꿀을 팔아 자식 공부도 시키고 남부럽지 않게 살만하게 되었는데, 난데없는 바이러스 돌림병 때문에 토종벌들이 몰사 죽음을 당하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참나무를 베어 버섯 종균을 심는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아내와 올해 농업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도와주고 있지만 토종꿀만큼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고 그저 심심파적으로 하는 일이다.
작년과 올봄에 전국의 토종벌 농가의 90%가 꿀벌 집단폐사의 피해를 당했지만 구제역 파동에 묻혀 그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국내 양봉시장의 30%를 차지하는 토종벌이 집단 폐사하면서 임씨처럼 피해를 입은 양봉농민들이 집단항의 하는 일도 벌어졌다. 전남 구례군 한봉협회 회원 50여명은 작년 10월 구례읍 문척교 아래 섬진강 둔치에서 감염된 벌통을 불태우며 토종벌 농가에 대한 가축재해 인정과 함께 백신개발을 요구했다.
허기야 우리나라의 토종벌뿐만 아니라 전 세계 벌꿀들의 개체수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 않던가. 1990년대 말부터 미국과 유럽의 꿀벌들이 줄어들더니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지역에서도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인구가 많고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는 사람 손으로 직접 꽃가루받이를 한다지만 다른 곳에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다.
국제적인 환경기구인 유엔환경기획(UNEP)은 최근 전 세계적인 꿀벌 감소 현상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꿀벌의 멸종 현상이 가속화할 경우 생태계의 균형이 깨져 과일과 곡물의 열매 맺기가 힘들어져 결국은 식량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살충제와 농약, 공기오염, 서식지 파괴가 이런 환경재앙의 원인으로 거론되는데, 최근에는 급속히 늘어난 휴대전화의 전파 때문에 벌들의 감각기관이 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지리산 산등성이 곳곳에도 이동통신 중계 탑이 솟아 있고, 우리 같은 등산객들도 모두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니 이를 어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