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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성공에 박수를 보내며 |
김 태 희(다산연구소 기획실장)
멋있는 경기였다. 인터넷 방송이라 전송에 미세한 머뭇거림이 있을 땐 실수가 나는 게 아닌가 조마조마했다. 김연아의 퍼포먼스는 완벽했다.
밴쿠버 올림픽 경기는 끝났지만, 김연아의 성공 이야기는 여러 뒷얘기와 함께 계속될 것이다. 고모가 옆집에서 버리려던 빨간 스케이트 신발을 갖다 준 것이 시작이었다더라, 스케이트 신발이 맞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일본에서 신발을 맞춰 해결했다더라 등등. 김연아가 성장하는 동안 각 단계별로 가르쳤던 코치들의 구실도 컸겠지만, 2007년부터 인연을 맺었던 세계적 수준의 코치들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가는데 결정적이었을 듯하다. 혹자는 이렇게 세계적 수준으로 팀을 조합하고 관리한 김연아의 엄마야말로 주목해야할 수훈갑이라고 주장한다.
성공 이야기는 즐겁다. 감동을 주고 에너지를 준다. 그런데 정상에 오른 스포츠 선수의 성공 이야기에도 실패 이야기는 양념처럼 들어가 있다. 그래서 더욱 현실감 있고 극적인 이야기가 된다. 스포츠 선수에게 이기고 지는 것은 일상적 일이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다. 다행히 우리가 스포츠에서의 승리와 패배에 좀 여유가 생긴 듯하다. 은메달, 동메달에 대해서도 축하를 아끼지 않고, 분투한 패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한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승리와 성공에 열광하는 것은 현실에서 그만큼 성공을 갈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는 어렵다. 무릇 일이란 양면성이 있는 것이고 게임의 종료 같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생을 함부로 성공과 실패로 재단할 것은 아니다.
승자와 패자가 뒤바뀌는 기업들
그럼에도 우리는 성공과 실패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특히 기업계에서 그렇다. 그간 성공사례로 두루 거론되던 도요타가 최근 리콜사태로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어리둥절하고 당혹스럽다. 그동안의 찬사와 명성은 단지 홍보의 결과였단 말인가, 성공에 도취하여 과도한 일을 벌인 결과였단 말인가,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더니 정상에 오른 다음에는 내려올 일 밖에 없었던 것인가. 좀더 차분하고 분석적인 도요타신화의 허와 실에 대한 백서가 기다려진다.
며칠 전에 입소문을 듣고 아이폰을 구매했다. 장기고객으로 할인대우를 받던 이동통신사도 할 수없이 바꿔야 했다. 과연 무엇이 가능한가, 어떻게 가능한가 확인하느라 톡톡 손가락질을 멈추기 힘들다. 글쓰기가 옹색하고, 배터리에 대한 압박감과 3G요금에 대한 부담감도 없지 않지만, 한마디로 스마트하다. 아이폰을 내놓은 애플사의 사장이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그는 집안이 어려워 대학을 중퇴했는데 오히려 유익한 것을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실패로 해고되는 수모를 겪었는데, 이때 성공에 대한 중압감을 털어버리고 창조적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다시 애플에 들어간 그의 얘기는 드라마틱하다.
아이폰의 등장에 대항하여 에스케이는 모토롤라와 제휴하여 모토로이를 내놓고, 삼성과 엘지는 안드로이드폰을 준비하고 있다. 단말기회사, 이동통신사, 소프트웨어 회사 간의 합종연횡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시장 영역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고, 잠재적 수요도 만들어내야 한다. 성공에 안주하고 방심하면 어느새 밀리게 되어 있다.
국가경영에는 충분한 생각과 준비가 선행되어야
성공한 스포츠 선수 못지않게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성공한 대통령이다.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가 엇갈리지만 정치의 영역은 그렇지 않다. 정치는 기업보다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예술이다. 국가경영의 성패는 모두를 승자로 만들기도 하고 모두를 패자로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논란을 보면, 국가경영의 의사결정과정에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그 대의가 국가균형발전이든 국가경쟁력이든 소신이 앞서고 충분한 검토와 설득, 합의는 소홀한 느낌이다. 국가적 사업에 숙려단행(熟慮斷行)의 자세가 아쉽다. 갈등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간을 충분히 잡아야 한다. 온간 돌발사태까지 고려하고 시뮬레이션까지 한 후에 계획안을 완성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사업에 착수하면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5년의 대통령 임기동안 언제 숙려할 기간이 있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숙려해야 한다. 국가경영을 하고자 하는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은 싱크탱크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숱한 연구기관이 있지만 스스로의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화하고 리더십을 구현할 전략을 짤 싱크탱크를 따로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경선 탈락자나 당직자 배려 차원에서 운영되는 싱크탱크로는 그런 구실을 할 수 없다.
조선시대에 대왕이란 칭호를 붙일 만한 세종과 정조가 모두 각각 집현전과 규장각이라는 싱크탱크를 특별히 운영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요즘 엉뚱하게 그 이름이 어지럽혀지고 있는 세종은 백성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한글을 만들기까지 했다. 요컨대 국가경영을 위해서는 두뇌능력과 소통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집권을 하고 있을 때나 준비할 때나 지속성을 갖고 고민할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3월, 새봄이다. 실패한 자도 의기소침할 필요 없다. 그 실패가 언젠가 성공의 요인으로 연결될지 모른다. 이승훈 선수가 종목을 바꿔 성공했듯이 또다른 곳에서의 성공이 당신을 기다릴지 모른다. 다 앞으로 하기 나름이다. 성공 이야기의 에너지를 받아서 3월을 힘차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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