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등쪽부터 간지러워지는 것을 느끼고
이제 때가 됐다는 걸 알았다.
7년의 시간이었다. 긴 시간이다.
누구 말로는 4, 5년만 살면 된다고 했는데
그는 7년이나 물 속에서 살았다.
가끔 운 나쁜 부류는 그럴 수도 있다고 들었지만
그는 자신이 거기에 속할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딱 5년째 되는 날 이후로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 보니 어느덧 7년이 된 것이다.
그는 가끔씩 왠지 자기와 물 속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루라도 빨리 하늘로 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오래 기다린 것치곤 금세 날개가 펴졌다.
부서질 듯 얇고 투명한 날개는 약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꽤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기에 충분했다.
조심스레 접힌 날개를 털고 활짝 펴 보았다. 살짝 날개를 움직였더니 파르르 기분 좋은 떨림이다. 그는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양쪽 날개를 움직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시원하다. 하늘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크게 소리라도 한 번 지르고 싶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오직 비행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저 멀리에서 오렌지 빛 석양이 하늘을 덮고 있는 게 보였다. “공중에서 보는 건 느낌이 다른 걸.”
물 속에서 매일 하늘을 바라보며 날게 될 날만 기다리던 그는 이 느낌을 온몸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얼굴을 때리는 바람도 더욱 상쾌하게 느껴졌다. 그는 날개를 더욱 힘차게 움직였다.
딱히 어디를 가려고 정한 건 아니었지만 날갯짓을 멈출 생각도 없었다. 며칠이고 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희열에 찬 그는 더욱 속도를 올렸다. 저 아래 거대한 자동차가 달리는 것을 보았다. 지고 싶지 않다.
왠지 치솟는 생각으로 자신도 모르게 자동차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고 자동차를 쫓았다. 실수였다.
그의 날개는 너무 약했고 부드러웠다. 아차, 정신을 차리고 나니 그는 자동차 유리창에 부딪쳐 쓰러지고 있었다. 날아오르려고 열심히 날갯짓을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토록 긴 시간, 오늘 이 순간을 기다렸던 그는 영원한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잠자리는 짧게는 1년, 길게는 7년 정도의 유충생활을 거쳐서 성충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1개월 정도의 삶을 허락 받는다.
다른 곤충들보다는 꽤 오래 사는 축에 속하지만 기다림에 비해서는 짧은 시간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1개월이라는 잠자리의 짧은 삶도 사람들에 의해 하루가 채 안될 수도 있다. 도시로 나온 잠자리가 아이들의 잠자리채에 걸려들거나 자동차의 무시무시한 속력 때문에 받쳐 죽는다는 것이다.
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잠자리가 날아다니다 자동차에 치여 죽는다니 참으로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자동차의 속력을 조금만 줄이면 그 줄인 속력만큼 잠자리는 더욱 긴 시간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잠자리의 생과 사를 정할 수 있는 힘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절로 액셀에서 발이 떨어지기 마련일 터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고추잠자리를 보호 야생 동식물로 분류해 고추잠자리를 잡다 적발될 경우 과태료 100만원을 물린다고 발표했다.
고추잠자리가 희귀해지니 이대로 두면 영영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겠다. 쨍하게 맑은 하늘 아래 떼를 지어 날아다니던 잠자리의 모습이 그저 자료화면 속, 사진 속의 추억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옛날이 그리운 건 다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가 버린 것들, 있을 땐 몰랐던 것들의 소중함이 새삼 절실해진다
|
'♧기 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명박 정권 외채 급증..순 채무국 가능성 (0) | 2008.06.17 |
---|---|
내가 만약 대통령 이었드라면... (0) | 2008.06.17 |
미국에서 가장 비싼집 구경 하셔요~! (0) | 2008.05.29 |
3 가지 알림 (0) | 2008.05.21 |
금뺏지-- 국회위원 (0) | 2008.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