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야기♧

춘 향 전

우리둥지 2007. 7. 3. 09:43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소설.

<춘향전>,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작자·연대 미상. 현재 국문본·한문본·국한문혼용본 등 70여 종에 달하는 이본이 전한다. 전라도 남원의 기생 성춘향이 광한루에 그네를 타러 나갔다가 사또의 아들 이몽룡을 만나 인연을 맺고 평생을 같이하기로 약속한다.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남모르는 사랑을 계속하던 중 사또가 서울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서로 헤어지게 된다. 춘향은 지조를 지키느라 다른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지만 새로 부임한 사또는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강요한다. 춘향은 죽기를 무릅쓰고 신관사또의 요구를 거절하다가 옥에 갇혀 죽을 위험에 처한다. 이때 암행어사가 되어 내려온 이몽룡이 춘향의 목숨을 구하고 함께 서울로 올라가 평생을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영조·정조 시대에 생성되어 개화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승되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구전과 필사본으로 전해오다가 독자들의 요구가 증대하면서 목판본과 활자본 등으로 출간되었다. 이에 따라 그 내용이 늘어나기도 하고 축약되기도 하면서 내용과 형식상의 변모가 있었다. 그리하여 경판 16장과 같이 불과 7,000자 안팎의 짧은 이본이 있는가 하면, 완판 84장본같이 2만 자 정도의 긴 작품도 있고, 필사본 〈남원고사 南原古詞〉처럼 무려 10만 자에 이르는 장편도 있다. 이 작품의 개작과정에서 일어난 변모는 단지 내용전개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작품의 양식에서도 보인다. 이 작품은 소설로서뿐만 아니라 판소리·희곡·시나리오·오페라 등의 다양한 형태로 개작되었다. 이에 따라 제목도 〈춘향전〉·〈춘향가〉·〈열녀춘향수절가〉·〈광한루기 廣寒樓記〉·〈광한루악부 廣寒樓樂府〉·〈남원고사〉·〈옥중화 獄中花〉·〈옥중가인 獄中佳人〉 등으로 다르게 붙여졌다.
 

〈춘향전〉은 설화를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진 소설이다. 이 작품의 근원설화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는데, 작품의 근간을 이룬 설화로는 〈박색터설화〉·〈암행어사설화〉를 들 수 있다. 〈박색터설화〉는 일명 〈신원설화 伸寃說話〉라고도 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원지방에 추하게 생긴 기생이 있었는데 너무나 박색이라 아무도 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날 냇가에 빨래하러 나갔다가 마침 말을 타고 다리를 건너는 사또의 아들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남몰래 그를 사모하게 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것이 병이 되어 죽게 되었는데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한번 보기를 소원했으나 끝내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기생은 한을 품고 죽었고, 그후 남원지방에는 가뭄이 들어 3년이나 비가 오지 않았다. 사또가 그 사정을 알고 기생의 혼을 달래는 굿을 했더니 비가 왔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춘향전〉의 전반부와 일치한다. 〈암행어사설화〉는 양반 자제와 지방의 기생 사이에 일어난 연애담으로서 노진·성이창·박문수 등 실존 인물과 관련된 설화이다. 양반의 자제가 어떤 연유로 시골에 갔는데 어린 기생을 사귀다가 헤어지게 된다. 기생은 양반의 자제와 사귄 이후로 갖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절개를 지킨다. 그러다가 암행어사가 되어 내려온 양반 자제를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인데, 〈춘향전〉의 전체 줄거리와 대체로 일치한다. 〈춘향전〉에는 이 2가지 설화 외에도 다른 많은 국내외의 설화들이 수용되어 있으며, 그 양상은 이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춘향전〉은 유동(流動)의 문학, 적층(積層)의 문학으로서 개방성을 가진다. 이 작품은 구전설화를 근원으로 해서 흘러다니다가 문자로 정착되었고, 이후에도 구전설화·소설·판소리 등의 형태로 끊임없이 유동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되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요소들이 쌓이고 덧붙여지게 되는데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작품 안에 받아들였다. 한시·시조·가사·속담·서간문·민요 등 여러 형식의 문학양식이 다양하게 수용되어 있다. 따라서 문체도 복합적 성격을 보이고 있어서 양반사회의 고상한 어투와 서민사회의 상스러운 어투가 혼재한다.
 

〈춘향전〉의 주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여인의 정절을 고취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부정한 관리에 대한 저항으로 보기도 하며, 남녀간의 사랑으로 보기도 한다. 한 작품에 대해 이처럼 다양한 견해가 나오게 된 것은 작품을 보는 시각과 이본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초기의 경판계 이본에서는 춘향의 정절을 강조하는 데 반해 그후에 나온 판소리계 이본에서는 부정한 관리에 대한 저항의식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후대의 개화기 이본에서는 남녀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이 작품 속에는 위의 3가지 측면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지만, 정절과 저항은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을 위한 방편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주제는 남녀간의 사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작품은 일관성의 결여, 논리의 상실 등 몇 가지 결함을 가진 것으로 지적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서민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그것은 첫째, 서민들에게 친근한 소재를 취택하고 있고, 둘째, 서민사회의 예술양식인 설화와 판소리를 통해 전파되었으며, 셋째, 서민사회의 꿈과 정서를 절실하게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한국서민문학의 대표적 작품으로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새롭게 개작되면서 작품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해나갈 것이다.

 

鄭夏英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