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뉴스♧

[스크랩] 신기한 친구

우리둥지 2005. 3. 24. 19:08





신기한 친구

고양이가 마당가 고목 나무 꼭대기에 앉아 밑을 내려다보고 있다. 개는 나무 밑에 앉아서 고양이를 올려다보고 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고양이와 개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고양이와 개의 대치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우리가 사는 시골에는 집집마다 어울리지 않게 비싼 개를 두 서너 마리씩은 키운다. 그런 개들은 값이 비싸서인지 늘 묶여 있다. 어떤 집은 여덟 마리나 키우는 집도 있다. 도시에서 아이들이 기르다가 힘들어지면 시골로 보내지는 것들이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손자들이 침대에서 데리고 자던 개와 고양이를 보내왔다. 다 자라서 집안에서 기르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호강하고 자라던 동물이라 처음에 와서는 적응하느라 고생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도시에서보다 잘 지낸다. 넓은 뜰과 볼거리 많은 자연이 심심하지 않은 여건을 만들어 주나 보다. 생존을 위해 재빨리 환경에 적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양이보다 먼저 온 개가 텃세를 심하게 한다. 나중에 온 고양이는 개에게 늘 쫓겨다니며 나무 위에 올라가 지내기가 일수였다. 개가 물려고 쫓아오면 고양이는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개가 나무 밑을 떠날 때까지 꼼짝도 못하고 있다. 개는 나무 밑에 앉아 고양이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다 제풀에 지쳐 물러난다. 고양이와 개는 참기 싸움이라도 벌리듯 버티고 있지만 언제나 먼저 물러 나는 것은 개다.

고양이를 물려고 무섭게 쫓아다니던 개는 할 수 없이 묶이어 자유를 잃었다. 두 마리가 사이좋게 지내면 서로 신상이 편할 텐데,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니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기만 한다.

고양이는 묶여 있는 개의 주위를 맴돌며, 개 끈이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약을 올리며 어슬렁거린다. 개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측은 할만큼 시끄럽다. TV에서 가끔 개와 고양이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보았다. 어미 잃은 새끼를 개나 고양이가 젖을 먹이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우리 집 개와 고양이도 서로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뒷산에는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산으로 들어가 들고양이가 되어 돌아다니는 것을 많이 만난다. 새끼를 낳아 거느리고 다니는 고양이도 눈에 띈다. 이런 들고양이가 나타나면 개가 쫓아내어 집 근처에는 들고양이가 얼씬도 못한다. 개가 묶여 있으니 들고양이가 활개를 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시간이 흐르니 어느 날부터 인가 개와 고양이가 서로 비벼대며 친해졌다. 끼니때마다 머리를 대고 밥도 같이 먹는다. 이제는 아무리 맛있는 것을 주어도 고양이를 먼저 먹이고 개가 먹는다. 고양이가 다 먹어도 아무소리도 하지 않는다. 도저히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사람도 맛있는 것을 혼자 다 먹어버리면 화가 나는데 개는 한없이 양보를 한다.

이웃이 없는 외진 시골에서 개가 혼자 지내는 것이 무섭도록 심심하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상황파악을 잘 한 개는 함께 딩굴며 놀 수 있는 고양이가 친구가 된 것이 좋은가 보다. 보는 사람마다 TV에 나와도 될 광경이라고 신기해한다.

개가 묶여 있어 행동반경이 좁아 고양이가 마음놓고 개와 지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고양이가 돌아다녀도 개의 방해를 받지 않으니 뜰을 뛰어 다니면서 쥐도 잘 잡는다. 덕분에 벌통 주위에서 눈에 많이 띄던 들쥐가 없어졌다. 쥐가 새끼를 치던 광에도 쥐가 없어져서 시원하다.

몸집이 작은 삽살개는 이제 일곱 살이 되었고, 검은 바탕에 흰 점이 박힌 고양이는 네 살이다. 사람 나이에 비유하면 개와 고양이 모두 중년은 된 셈이다. 고양이보다 나이가 더 많은 개는 마치 동생을 보살피듯 고양이에게 모든 것을 양보한다.

동물도 마음을 열면 이렇게 변화될 수 있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융합하기가 힘든 것 같다. 정치 판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더 심하다는 생각이다. 때마침 신도시 이전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서로 자기의 이익에 따라 듣기 민망하게 목소리를 높인다. 서로 보기만 해도 으르렁거렸던 개와 고양이처럼 머리를 맛 대어 의논하고 마음을 열어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가 힘든가보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쟁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의 뉴스는 언제나 피로 얼룩진 싸움터인 것 같다. 개와 고양이보다도 못한 인간이 될까 부끄럽다.



글 / 유지순










캐롤송이라 좀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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