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탁발<托鉢>을 마치고 절로 돌아가던 젊은 스님이
피곤한 다리도 쉴 겸 산길 모롱이의 넓적한 바위에 앉아,
파아란 하늘에 그려진 흰 구름의 장관<壯觀>을 여유롭게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머쟎아 하루의 일과를 마친 태양이 선홍빛 석양을
토해내고는 산을 넘어 멀리 바닷속으로 들어갈 것이고-
이때였습니다.
다람쥐 한 마리가 밤이랑 도토리를 물고는 스님이 앉은
바위에서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나무 밑둥의 구멍속으로
들락거리는 거였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이 스님 가까이 다가가 그 구멍속으로
손을 넣어 봤습니다.
거기엔 족히 한 말이 넘을 만큼의 도토리와 알밤들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무 생각없이 도토리, 밤들을 꺼내어 바랑 안으로
다 집어 넣고는 가볍게 절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그 해 몹시도 추운 섣달 어느 날-
흰 눈이 온 산과 들을 가득 덮은 어느 날 새벽이었습니다.
절간의 댓돌에 가지런히 놓인 하얀 고무신들-
그 중 한 고무신 안에 어린 다람쥐 세 마리와, 어미로 보이는
조금 큰 다람쥐 한 마리가 나란히 누워 있었습니다.
이미 숨은 끊어진 채로-
이 때 새벽 불공을 드리러 나오던 바로 그 젊은 스님-
많은 신발들 중 하필이면 바로 자기 신발에 다람쥐 네 마리가
싸늘한 몸을 눕히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지난 가을- 밤나무 밑에 ‘떨어진 알밤을 줍듯, 무심코 밤과
도토리를 꺼내왔던 생각이 스치자, 얼굴이 창백해지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다시 자세히 다람쥐들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당신이 우리의 겨울 양식을 다 가져가는 바람에 우리 식구들은
이렇게 굶어 죽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스님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리고-
이 스님- 자기의 새 가사<袈裟>를 꺼내 다람쥐들을 곱게 싸
상자에 담고서는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 준 다음-
마치, 사람이 저 세상으로 갔을 때 49제를 지내듯,
이 스님의 모든 정성을 다한 49제를 지내주었더랍니다.
다람쥐들의 극락왕생<極樂往生>, 정토왕생<淨土往生>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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