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공동정권 발상
이념이 가장 큰 선거전략
2007 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 자유진영이 이기는 전략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후보 단일화이고 두번째는 안보 문제를 가장 큰 선거 쟁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주제는 경제문제가 아니고 안보-외교-이념문제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노무현 좌파정권이 경제를 망친 이유도 그들의 낡은 이념 때문이다. 북한의 수구좌파 정권과 남한의 친북좌익 세력을 상대로 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체제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국가원수이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부터가 이념적으로 선명한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념이란 신념으로 승화된 이론을 말한다. 이념이란, 관념적 논리나 말장난이 아니다. 이념이란 것은 어려운 이론이 아니고 한국인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자각이다. 즉 이념이란 대한민국이란 공동체의 이해관계에 대한 자각이다. 무엇이 대한민국에 유리하고 무엇이 불리하며 누가 대한민국의 적이고 누가 친구인가 하는 판단을 올바르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념인 것이다.
이념으로 분단된 한반도에서는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 전략이 이념일 수밖에 없다. 이념을 기준으로 하여 대한민국 편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적, 즉 김정일과 수구좌파 편인가를 국민들이 분별할 수 있어야 정상적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택할 수 있다. 정상적인 이념을 가진 대통령 후보이기 위해서는 복잡한 이념기준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에 대한 확신, 김정일 정권은 민족사의 이단이며 북한정권은 반국가단체라는 헌법정신의 확인,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자유통일을 한 다음 일류국가 건설로 나아간다는 국가 진로에 대한 동의가 필요조건일 듯하다.
경선 이전에 대국민 약속
현단계에서 자유진영의 후보단일화는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중 누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든지 두 사람이 한 팀으로서 대선에 임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한나라당내 경선은 치열하게 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는 패자가 승복하고 승자는 패자의 역할을 만들어준다는 약속을 사전에 할 필요가 있다. 경선에 참여하기 전에 두 사람이 서면약속을 하여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식이다.
즉, 승자는 대통령 후보가 되고 패자는 국무총리를 맡기로 한다는 식의 약속이다. 이때 국무총리는 허수아비가 아니고 헌법이 보장하는 책임 총리라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무총리의 각료 제청권 같은 것을 대통령이 지켜주면 국무총리는 막강한 실세가 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제정당시 내각제로 했다가 이승만의 반대로 급하게 대통령중심제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내각제 요소가 더러 남아 있다.
대통령은 안보와 외교를 맡고 내치는 국무총리에게 거의 전담시킨다는 식의 약속이 가능하고 이는 합헌적이다. 더구나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은 상호보완적인 면이 많다. 국정을 CEO 마인드로써 효율적으로 운영해가는 데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당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가지고 국민통합을 가져올 사람으로서는 박근혜 전 대표만한 인물도 드물다. 두 사람 중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또 두 사람 중에 누가 국무총리가 되든 콤비가 되어 나라를 끌고 가는 것이 더 많은 힘을 낼 수 있다.
지난 7월1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이명박 전 시장 편인 이재오 의원이 대표가 되지 못한 이후 이 전 시장이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이 전 시장측에선 이런 추측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당내 권력투쟁이 심해지면 감정적인 균열이 생겨 경선에 승복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한국인들은 싸운 뒤의 감정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대통령 후보 경선에 들어가기 전에 결과에 대한 승복의 약속과 후보-차점자간 권력분점의 약속을 받아놓을 필요가 있다. 이 약속은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사람을 정치적으로 매장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제왕적 대통령은 약하다
자유진영 사람들은 이념문제에 민감하여 이번에 이명박씨가 좌파 출신인 이재오 의원을 한나라당 대표로 밀었고 이 전 시장이 한국정치의 숙명적인 과제인 이념대결을 무시하는 것처럼 언동한다고 하여 곱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이 시장의 과거 행적을 보면 이념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가 많다.
예컨대 한나라당이 충청도 표를 얻으려고 열린당과 함께 통과시켜준 망국적 수도이전법에 대해서 이 전 서울시장만이 반대하고 위헌여부의 제소를 하게 하여 헌재에서 위헌결정을 받아냈다. 수도이전이 좌절되고 행정복합도시 건설로 축소된 공로는 이 시장에게 있다. 이 시장은 작년 8월15일 좌파정권이 서울을 친북세력의 난장판으로 만들고 한반도기로써 태극기를 추방하려 할 때 서울시청 건물을 태극기로 옷입혀 그나마 국민들을 안심시켜주었다. 이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한반도기라고 한다.
1987 년 개헌으로 정립된 5년 단임 대통령 중심제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킨 것은 대통령들이 청와대에 들어가기만 하면 제왕적 대통령으로 돌변하여 독선 독단 독주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이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나누어 가지면서 한 팀으로써 일할 수 있다면 제왕적 대통령의 단점을 고칠 수 있을 것이고 이런 통합력이 독단적 대통령의 힘보다도 국정운영에서 훨씬 큰 효율성과 생산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이야기는 일종의 박근혜-이명박 공동정권 발상인데 경선 직전까지는 각자가 최선을 다하여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니 이런 발상이 표면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치열하게 싸운 뒤에 한 팀으로 묶는 것보다는 치열하게 싸우기 전에 공동정권에 대한 약속을 하는 것이 싸움이 지나치지 않게 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두 사람을 한 팀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 한나라당 내외의 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 우파 정치사의 한 비극은 분열을 획책하는 힘이 통합을 모색하는 힘을 항상 눌렀다는 점이다.
1990년의 보수 3당합당 구조를 깬 것은 김영삼 대통령이었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종필 세력이 좌파진영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우파는 분열되어 좌파대통령이 등장했다.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선 우파일 수밖에 없는 정몽준 후보가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라는 기상천외의 쇼를 펼치더니 좌파진영으로 투항해버렸다. 이회창씨도 좌파 후보와 이념대결을 회피했기 때문에 우파를 대동단결시키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호남몰표는 어디로?
내년 선거에서도 호남 사람들은 거의 한 방향으로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 1997년에 김대중, 2002년에 노무현 후보에게 약 90%의 지지율을 보였던 '응집성'이 그대로 되풀이되진 않겠지만 다른 지방보다는 훨씬 높은 응집성을 보일 것이다. 유권자의 약 25%를 차지하는 호남사람들(외지거주인 포함)의 투표성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두 개이다. 하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중이고 다른 하나는 자칭 진보세력(실제로는 좌편향 세력)에 대한 이 지역의 호감이다.
후자는 노정권의 좌파정책이 실패하는 것을 보고, 특히 친김정일 정책이 파산상태에 빠진 것을 목격하고는 상당히 약화되었을 것이다. 전자, 즉 김대중씨의 영향력도 과거처럼 절대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호남사람들 가운데서 '반김대중 운동'이 부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내년 선거에서 호남사람들이 특정후보에 대해서 70% 정도의 몰표를 모아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 몰표는 어디로 쏠릴 것인가? 지금 호남사람들의 정서를 정치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세력은 민주당, 열린당, 그리고 고건 진영이다. 5·31 선거에서 노무현=열린당 세력이 거의 재기 불능의 대패를 당한 이후엔 민주당과 고건 캠프가 상당한 구심력을 갖게 된 것 같다.
문제는 '민주당+고건+열린당 일부'의 범호남세력(또는 친호남세력) 구성이 가능한가이다. 충남에 근거를 둔 국민중심당 세력은 결정력이 현저하게 약화되었으나 한나라당이 손을 내밀지 않는 상황에선 홀로서기가 어렵고 따라서 민주당측과 제휴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호남중심 정당이 호남후보를 대선에 출마시키는 것은 현재의 반노반김반좌 여론에 비추어 볼 때 승산이 매우 낮으므로 이는 김대중씨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당을 급조할 때는 '탈김대중'을 모색한 것으로 보이지만 탄핵사태를 겪으면서 리더십이 약해진 그는 DJ세력의 지지 없이는 국정운영이 어렵게 되었다. 열린당도 대통령의 '하수정당'이란 숙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노무현류의 정당·정치인'이란 낙인은 앞으로 선거에서 치명적인 부담이 될 것이다.
머지 않아 열린당은 친노, 반노로 분열될 것이다. 반노라고 해도 그동안 노무현 정권에 부역(?)한 전과로 인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고, '호남의 적자'를 자임하는 민주당측으로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 친노는 386 공산주의 활동가 출신이 핵심이므로 민노당과 더 가깝다. 이념적으로는 이들이 민노당에 흡수돼 극좌정당 세력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동안 형성된 기득권 체질로 해서 그런 '전환'이 어려울 것이고 '노무현 실정'의 멍에를 지고 정치세력으로서는 소멸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런 상황에서 올 가을부터 2007년 전반기까지 계속될 정계개편의 결과가 이념지도상에서 중도우파(한나라당), 중도좌파(민주당), 극좌파(민노당)로 나타난다면 불균형이므로 6·15 반역선언을 반대하는 선명우파가 정당을 만들어 우파-중도우파-중도좌파-극좌파로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한국 정치의 건강한 역동성을 보장할 것이다. 요사이 국민행동본부를 중심으로 한 행동적 우파세력이 국민들의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 박 분열하면 좌파의 공작 먹힐 듯
문제의 정당은 민노당이다. 이 정당은 사회주의 지향, 연방제통일 주장, 주한미군철수 주장 등의 정강정책 때문에 대한민국 헌법체제에서 용인될 수 없는 위헌정당일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좌파 정권은 이런 위헌성을 묵인했으나 차기 정권하에선 문제가 될 것이다. 민노당이 김정일 정권의 고립과 남한내 친북좌파 세력의 몰락을 제대로 분석한다면 스스로 위헌성을 제거하고 憲政(헌정)질서 내의 합헌적 좌파로 거듭 태어날 것이고, 지금 노선을 계속 추구한다면 친노세력과 함께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내년 선거에선 좌파임을 드러내고 나서는 후보는 민노당을 제외하면 없을 것이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복잡한 정계재편 시나리오에 큰 변수가 하나 있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배하는 세력(또는 마지막 단계에서 경선 불참을 선언한 세력)이 독자후보를 낼 경우이다. 지난 두 차례의 '보수 분열-좌파 승리'를 목격해 온 보수층은 이번에 분열책동자로 지목되는 후보에 대해선 응징 차원에서 대응하려고 벼른다.
하지만 김대중과 좌파세력은 독자적으로 유력후보를 낼 수 없다고 판단되면 한나라당의 이명박, 박근혜와 아주 부자연스러운 제휴라도 모색할지 모른다. 뜬 소문처럼 김대중측이 박씨를, 노무현계 좌파세력이 이씨를 겨냥하고 있다는 말들이 돌아다닌다.
박근혜-이명박 세력이 처음부터 공동정권 약속하에 한나라당 경선에 임하거나 어떤 경우에도 경선 결과에 불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면 김대중·좌파세력의 공작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10년간 기득권 세력으로서 권력과 금력을 맛보았던 '김대중·노무현계 좌파세력'은 스스로의 힘으로 제3기 좌파정권을 만들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지원함으로써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가려는 전술을 쓰고싶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지원의 대가로 그들이 바라는 것은 정권교체 이후의 안전보장과 대북굴종정책의 유지일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일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김정일도 우파 분열,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박근혜-이명박 분열을 획책함으로써 좌익세력의 溫存(온존)을 기하려 할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씨에게 집중될 좌파의 분열공작에 두 사람이 넘어가면 대한민국 정통세력이 바라는 그런 정권의 탄생은 어려울 것이다. 최악의 경우 좌파가 조종하는 우파 대통령의 탄생도 예견된다. 두 사람이 단합하면 우파승리의 흐름이 대세화됨으로써 투표 이전에 있을 좌파권력에 의한 장난과 공작을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권력에 의한 좌경화(또는 반역화)에 대하여 국민들의 대각성도 무서운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민심의 흐름을 무시한 정계개편이나 合縱連橫(합종연횡)은 성공하기 어렵다. 정치인들의 잔머리 굴리기가 이번엔 의식화된 민심의 현명한 선택에 의해서 웃음꺼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한국인의 정치적 의식은 지금 좌파선동을 이겨내고 있는 중이므로 이 고양된 의식을 활용하면 엄청난 정치력이 생길 것이고 거스르면 자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