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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너피 (snuppy )의 교육.

우리둥지 2005. 8. 17. 23:30

 

스너피(snuppy)의 교훈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동물 복제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개를 복제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금년 5월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로 학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은 바 있는 황교수 팀이 또 한 번의 쾌거를 이룬 것이다. 이로써 황교수 팀은 세계 생명 복제 기술의 최강자임이 입증되었다. 참으로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짙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러한 연구가 결국엔 인간 복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황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영장류 복제는 안할 예정”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황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미래의 누군가가 인간을 복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또 황교수는 “앞으로 1세기 안에는 복제 인간이 없을 것”이라 말했는데 이 말은 ‘앞으로 1세기 후에는 복제 인간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개의 복제는 필시 인간 복제로 발전할 것

과학 기술은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 자체의 독자적인 논리에 의해서 무한히 발전하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황교수의 업적은 황교수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미 인간 복제의 기틀을 마련해 놓은 셈이 된다. 개의 복제가 인간의 복제로 이어지리라는 것은 필연적인 사실이다. 과학 기술에 후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인간이 복제된다면 이 세계는 어떻게 될까? 인간 복제가 가능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유형의 복제 인간을 원할까? 아버지와 같은 아들, 어머니와 같은 딸이 복제되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지능이 우수한 사람, 외모가 수려한 사람,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 복제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렇게 모든 면에서 우수한 인간이 양산되면 인류가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가치체계가 일시에 무너진다.

생각해보라, 모든 사람이 천재이고 모든 남자가 미남이고 모든 여자가 미녀인 세상을. 또 성악을 지망하는 여자가 모두 조수미 같이 노래를 잘 부르고 투수를 지망하는 남자가 모두 박찬호 같이 공을 잘 던지는 인간으로 복제된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렇게 되면 음악 콩쿠르나 야구경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신체조건과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세상이다. 이 과정에서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이 생기는 것이고 이 희노애락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끔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복제된 우등인간들만 사는 세상에서는 이러한 희노애락이 있을 수 없다.

무병장수의 욕망, 자제해야할 때 아닌가

황교수의 말대로 개 복제를 인간의 난치병 치료에만 이용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서 늙거나 병들어서 죽게 마련이다. 죽고 나면 또 새로운 생명체가 태어난다. 이것이 자연의 순환과정이다. 이 순환과정을 거침으로써 자연은 정화되고 새로워진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 이상 거대한 자연의 순환에서 예외일 수 없다. 진시황을 비롯한 수많은 권력자들이 불로장생(不老長生)의 꿈을 추구했지만 모두 허황하고 무모한 짓이었음이 입증되었다.

다만 병들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이다. 그러나 이 기본적인 욕망마저도 이제는 자제해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즉 지금 인간이 누리고 있는 평균수명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좀더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개를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그것이 인간 복제로 발전하리라는 것은 너무도 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인간복제가 가져올 가공(可恐)할 사태를 감안한다면 조금 일찍 죽는 것쯤은 감수할 수 있을 법한 일이라 생각된다. 아까운 사람이 병들어 일찍 죽는 것은 애석한 일이지만 그런 애석한 일이 일어나는 곳이 또한 인간다운 인간세상이 아니겠는가?

  (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송재소씨의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