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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79세 노인 보디빌딩 최고령자

우리둥지 2014. 8. 24. 22:07

【양양=뉴시스】권혁진 기자 = 2014전국생활체육대축전 보디빌딩 경기가 열린 지난 23일 강원도 양양군 양양문화복지회관. 할아버지로 보이는 한 참가자가 계체를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공은 최고령 현역 보디빌더인 서영갑씨(79).

한 눈에 봐도 단단한 체격의 서씨가 처음 웨이트 트레이닝을 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이다. 고교 영어교사로 근무하던 그의 나이 40대 초반의 일이었다.

서씨는 "체격이 왜소해 덩치가 큰 3학년 학생들을 담당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격무에 시달려 운동할 시간조차 없었다. 일과가 끝나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동료들과 막걸리잔을 기울이는 일이 많았는데 어느 날 '이건 아니다' 싶어서 운동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서씨는 그 길로 달려가 3㎏짜리 아령을 구입했다. 아령은 초보자인 서씨에게는 최고의 운동 도우미였다. 서점에 갔다가 발견한 '육체미 교본'이라는 책은 관련 지식이 전무했던 서씨의 시야를 넓혀줬다.

서씨는 "아령을 들고 무작정 운동을 했다. 요령도 없이 들었다 내려놓았다를 반복했다. 아령을 들고 앉았다 일어서는 운동도 함께했다. 2년 정도 꾸준히 하니 몸에 변화가 생겼다. 나중에 교본을 봤더니 운 좋게도 내가 했던 운동법들이 어느 정도는 맞았다"고 말했다.

홀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푹 빠진 서씨에게 또 한 번의 운명적인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만 60세가 되던 해 우연히 거리를 걷다가 지켜본 보디빌딩대회 포스터는 순식간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일요일 오후 1시 대구시민회관에서 경기가 열렸다. 아침 일찍부터 달려가서 제일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대회가 시작되고 무대에 서있는 젊은이들의 몸을 보는데 그렇게 황홀할 수 없었다. 조명에 비치는 모습은 정말 최고였다. 이후 더욱 열심히 운동에 매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교사가 육체미 대회에 나서는 것은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그가 대회에 나서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중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편을 내려놓은 1999년이었다.

그해 8월31일 퇴직한 그는 9월4일 난생 처음 헬스클럽에 등록한 뒤 두 달 뒤인 10월31일 꿈에 그리던 무대에 올라섰다. 체급은 50대이상부였다. 물론 최고령자는 서씨였다.

그는 "헬스장 관장님께서 '선생님, 성난 얼굴이 아닌 미소를 띠며 포즈를 잡으면 심판들한테 점수가 더 잘 나올 수 있습니다'라고 팁을 줬다. 그래서 무대에 올라 최대한 미소를 지으면서 심판진을 바라봤다. 나중에 객석에 있던 친구가 다가오더니 '무슨 그렇게 화가 난 얼굴로 심판들을 노려보냐'고 했다. 나도 모르게 긴장한 모양"이라고 껄껄 웃었다.

데뷔전은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서씨는 "경기를 끝낸 뒤 객석에 눈을 감고 앉았다. '60세 노인이 대중 앞에서 옷을 벗고 몸을 자랑했으니 나는 정말 대성공이다'라고 되뇌었다. 잠시 후 시상식이 열리는데 내 이름이 불렸다. 진짜 내가 맞나 싶었는데 금메달이었다.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 기억"이라고 떠올렸다.

첫 대회 금메달은 서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이것을 시작으로 서씨가 지금까지 입상한 대회만 70개가 넘는다. 최고령 출전·최다 출전·최다 입상 기록은 모두 그의 차지가 됐다.

지난해 한 TV 강연프로그램에서 자신을 알린 뒤로는 여기저기서 강연을 요청하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전국 생활체육 지도자와 군인, 공무원 등 대상도 다양하다. 현재는 어린이집 예절교육 강사로 나서며 4~5세 아이들과 사제지간까지 맺었다.

서씨는 이같은 변화에 대해 "모두 내가 운동을 시작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몸이 허락하니 강의와 방송출연, 예절교육을 다니는 것이다"고 전했다.

바쁜 가운데서도 서씨의 운동은 계속 된다. 헬스장을 찾는 일은 사흘에 한 번 꼴로 줄였지만 그렇다고 운동을 등한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하철에서는 앉지 않고 하체운동을 반복하며 예절교육차 어린이 집을 방문할 때는 도보로 1시간30분이나 되는 거리를 2㎏짜리 모래주머니와 함께 한다.

서씨는 "시설이 있느냐, 없느냐는 핑계다. 내가 가는 곳이 체육시설이다. 실내에서도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얼마든지 있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서씨는 한 방송 프로그램의 협찬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과체중을 제외한 모두가 정상이었다. 서씨는 "의사가 '선생님은 근육으로 채워진 영광스러운 과체중이니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웃었다.

내년이면 여든 살이 되는 서씨는 "몸이 허락하는 한 웨이트 트레이닝은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대회에 나서는 것이 나에게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그냥 평상시처럼 지내다가 때가 되면 출전하는 것일 뿐이다. 나에게 운동은 말 그대로 생활이다. 생활이 체육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누구나 해도 좋다. 근육에는 나이가 없다. 노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보여줬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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