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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달래강 전설

우리둥지 2014. 4. 22. 09:18
♣ 달래강 전설 ♣


달래강 전설은 근친상간을 다룬 외설일 뿐일까요?

 충주시의 수로를 보면, 괴산에서부터 흘러온 달천이 남한강과 탄금대 부근에서 합류하여 서북쪽으로 흘러갑니다. 달천은 남한강의 지류로 달래강 또는 감천이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달래강이라는 이름에는 몇 가지 다른 전설이 내려옵니다.

 

● 첫 번째 이야기는 물맛이 달고 좋아서 달래강이라는 전설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우리나라에 원군으로 참여한 명나라 장군 이여송이 이곳을 지나게 되는데 목이 몹시 말라 물을 찾던 중 달천의 냇물을 그냥 마시게 되었습니다. 이여송은 그 물맛에 감탄하며 중국의 유명한 수렴약수보다 낫다고 극찬을 하였습니다. 그 후 사람들은 달천을 단맛의 냇물이라는 의미로 달냇물(달강)이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 두 번째 이야기는 수달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습니다. 지금도 칼바위 한곳에 수달피고개라는 지명까지도 남아 있고요,조선 시대에는 그 가죽을 조정에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수달이 많이 사는 강이라는 뜻으로 달강이라 하다가 달천으로 변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 세 번째 이야기는 남매 전설입니다. 옛날 충주에 혼기에 찬 남매가 있었습니다. 누나가 이웃 마을로 시집을 가게 되어 남동생이 누나를 데리고 이웃 마을로 시종(侍從)해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을 따라 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마땅히 비를 피할 곳이 없었던 남매는 많은 비를 맞았습니다. 비에 젖은 누나의 얇은 옷은 몸에 달라붙었습니다. 그런 누나의 모습을 본 동생은 그만 강한 성적 충동에 휩싸였습니다. 그것도 한 순간, 정신을 차린 동생은 참담한 죄의식을 느끼고는 자신의 남성을 돌로 짓이기고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동생이 뒤따라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누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죽은 동생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녀는 오열하며 외쳤습니다. “이런 바보야, 정 그렇다면 한 번쯤 말이나 하지, 차라리 달래나 보지.”  그 후로 강 이름이 달래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왜 그 젊은 사내는 자살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누이에 대한 욕정은 죄악이라는 근친상간 금지 때문입니다. 그리스의 오이디푸스 신화가 떠오릅니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라는 신탁 때문에 버림을 받았다가, 결국 그 때문에 어머니와 결혼하여 파멸에 이르는 비극에 빠지게 됩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근친상간 금지는 신화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근친상간 금지야말로 원초적 자연과 인간의 문화를 구별 짓는 긴요한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오이디푸스 신화가 오랫동안 인문학자들의 화두가 된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신화학자 조현설 씨는 달래강 전설을 생명 창조의 모성으로 이해하였습니다. 그에 의하면, 남동생의 주검을 끌어안고 오열하던 누나가 내뱉은 묘한 말 “달래나 보지”(물어나 보지)는 남성들의 음란한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즉 그것은 창조 신화의 지문이 찍혀 있는 것으로 금기에 갇혀 있었던 남동생과는 달리 누이의 가슴속에는 오이디푸스의 고개를 넘어가는 모성적 대지의 충만함이 꿈틀대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오늘도 달천은 남매의 슬픈 사연을 담고 말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출처 : 창박골 사람들
글쓴이 : 천생연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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