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벼슬살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명예로우며 자랑스러운 일인가요. 더구나 막강한 권력이 따르기 때문에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참다운 행정까지 펼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있고 큰 의미가 있는 일인가요. 그래서 인간이라면 모두 고관대작이 되기를 원하고, 그 한 자리를 얻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그 자리는 원하는 사람이 참으로 많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격도 도덕성도 없이 그 한 자리를 억지로 얻으려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망신만 톡톡히 당하는 근래의 보도를 보노라면 매우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것을 얻는 일은 그렇게 어렵게 여기지만, 고관대작을 지내고 물러날 때의 일은 중요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일전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의 퇴임식 장면에서, 파안대소하는 그녀의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4년 임기를 함께 한 장수 국무장관으로 국무부의 모든 직원들의 아쉬움 가득한 환송 속에 물러나는 그녀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고 멋졌습니다. 힐러리의 카운터파트였던 일본 외무상은 여섯 명이나 바뀌었고, 한국의 외통장관도 2명이 교체되었습니다. 잘하는 장관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었던 미국 대통령도 훌륭했지만, 그런 장수의 장관에게 온갖 찬사를 보내며 앞으로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환호성을 지르던 직원들의 환송 장면은 더 멋졌습니다.
『목민심서』의 저자 다산이 목민관의 퇴임에서 바랐던 일이 한국에서는 거의 없었는데, 힐러리가 재현시켰으니 기특한 일이기도 합니다. 목민관이 제대로 목민관 노릇을 했느냐 여부(與否)는 그의 퇴임에서 나타난다는 것이 다산의 주장이었습니다. <해관(解官)>편을 읽어보면 다산의 뜻이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목민관의 떠남을 매우 애석하게 여겨 길을 막고 유임을 원하는 일은 역사책에 그 광채가 전해져 후세에 빛나게 된다.”라는 대목에서 잘한 목민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떠나는 목민관을 잊지 못해, “백성들이 대궐에 달려와 그 유임을 빌면 이를 허락하여 민정(民情)에 따르는 것이 옛날의 권선(勸善)하는 큰 방법이다”라는 부분은 임명권자에게 재임명을 요구할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일한 목민관이라는 뜻입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막강한 여인”이라는 제목과 함께 힐러리 클린턴을 표지모델로 선정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미 공화당 상원의원인 존 메케인은 “비록 정적이었지만 그가 한 일에 대해선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새로 임명된 장관이 아니라 퇴임하는 장관에게 그런 찬사가 이어졌다면 얼마나 멋진 목민관이었겠습니까.
우리는 왜 그런 장관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을까요. 국민 모두가 싫다는데도 하고만 싶어 하는 고관대작, 그가 만약 재임하다 퇴임한다면 그런 대접을 받겠는가요. 고관대작을 임명하는 계절, 제발 제대로 된 사람을 임명하여 멋진 퇴임식을 구경시켜 주기를 바라고 기대할 뿐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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