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날 약밥을 지어 먹고 차례를 지내는 것은 신라 때의 풍속이다. 지난해 말린 산나물을 삶아서 무쳐 내니 고기 맛과 바꾸겠는가. 귀 밝으라고 마시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으라고 먹는 생밤이라. 먼저 불러서 더위팔기와 달맞이 횃불 켜기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농가월령가' 중에서)
정월대보름은 겨울의 절정을 끝내고 잠자던 봄기운이 태동하던 시점이다. 우리 조상들은 둥근 보름달을 보며 온갖 먹거리에 의미를 부여해 건강과 풍요를 빌었다. 오곡밥, 묵은 나물, 부럼, 귀밝이술, 팥죽, 약식, 복쌈 등이 대보름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대표적인 절식(節食)인 오곡밥. 찹쌀, 차수수, 팥, 차조, 콩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지은 밥이다. 선조들은'성이 다른 세 집 이상의 밥을 아홉 번 먹어야 복이 온다'고 여기며 이웃끼리 오곡밥을 나눠먹기도 했다. 오곡밥은 탄수화물에 치우진 백미와 달리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돼 혈당량을 조절하고 변비를 예방한다.
평소 속이 잘 쓰리고 헛배가 잘 부르는 등 소화기능 약한 사람의 경우 찹쌀을 더 넣어서 오곡밥을 지으면 좋다. 곡물이 많아 밥을 지을 땐 밥물을 보통 밥보다 적게 잡고, 소금 간을 해야 제 맛이 난다. 다만 오곡밥은 쌀밥보다 소화가 더딜 수는 있다.
대보름상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묵은 나물이다. 호박고리, 고사리, 시래기, 취나물, 가지 등 아홉 가지로 상원채(上元菜) 혹은 진채(陳菜)라고도 하는데, 이를 먹으면 일년 동안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나물을 삶아 기름에 볶고 무치면 깊은 맛이 나고, 마른 나물 자체로도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 변비와 대장암 예방에 좋다. 최근엔 묵은 나물을 고집하기 보다 콩나물, 무나물을 아홉 가지 안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일년 열 두 달 무사태평을 기원하며 깨무는 것이 부럼이다. 조상들은 부럼을 '딱' 깨무는 소리에 잡귀가 물러가 부스럼이 나지 않고, 이가 튼튼해진다고 믿었다.
호두나 잣, 밤과 같은 견과류엔 나이아신 등 피부에 좋은 성분이 있고 콜레스트롤 수치를 낮추게 하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성인병을 예방한다. 또한 불안감을 없애주고, 집중력을 길러주며, 노화방지에 효과적이다. 밤을 제외한 부럼의 열량이 100g당 550∼630 칼로리나 되는 점을 볼 때, 다이어트 중이거나 지성 피부인 사람은 금물이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보름날 한 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고 나와 있다. 우리 선조들은 찬 술을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1년간 귓병이 생기지 않고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고 믿었다. 대보름날 아침 웃어른께 데우지 않는 청주를 권해 귀가 밝아지고 일년 내내 좋은 소리를 듣길 기원하기도 했다.
대보름 전날 팥죽도 빠질 수 없다. 붉은 색이 악귀를 쫓는 색이기 때문에 팥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끼얹고 제사를 지낸다.
참취나물, 배추잎, 김 등으로 밥을 싸서 먹는 복쌈도 있다. 복쌈을 여럿 만들어 그릇에 볏단 쌓듯이 높이 쌓아서 성주신에게 올린 다음 먹으면 복이 온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반영된 음식. 볏단을 쌓듯이 하는 것은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까마귀 덕분에 역모를 꾀하던 무리를 무찌를 수 있었다 해서 정월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검은색을 띈 약밥을 지어 제사도 지내고, 까마귀 먹이로도 줬다. 좋은 찹쌀을 물에 충분히 불려 고두밥을 쪄서 대추살, 꿀, 참기름, 진장, 흙설탕 등에 버무려 뭉근한 불에서 오래도록 찌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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