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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진 잘 찍는 3단계법

우리둥지 2008. 10. 30. 09:08



 

 프레임 구성 3편
 
사진 잘 찍는 3단계
 
이젠 실전에서 사진을 찍을 때 프레임 구성을 잘하기 위한 3가지 단계를 살펴본다. 
 
1단계- 가로와 세로가 다르다.
 
사진 찍기에서 가장 먼저 결정할 일은 가로와 세로를 선택하는 것이다. 찍고자 하는 대상의 특성과 사진가의 의도에 따라 가로에 맞는 사진이 있고 세로에 맞는 사진이 있다. 단순한 예를 든다면 들판을 달리는 열차를 멀리서 담는다면 가로가 적합할 것이고 외딴 섬에 홀로 선 등대를 찍는다면 세로가 더 적합할 것이다. 가로, 세로 프레임의 선택은 공간의 손실을 줄이는 원칙에 입각한 것이다. 예를 들었을 뿐, 이 결정은 사진가의 의도에 따른 판단에 달렸다. 남산타워를 가로로 찍는다고 누가 뭐랄 사람 없다.
 
핵심적인 사항은 가로 세로가 유별하니 그 차이를 의미있게 지켜보고 찍자는 뜻이다. 초보자의 경우, 그리고 몇 년씩 찍었다는 생활사진가들 중에도 선뜻 세로앵글을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발상전환의 문제이며 습관 들이기 나름이다. 필자는 사진기자가 된 1989년 어느날, 당시 사진부 부장의 취재현장에 동행한 일이 있었다. 그 분은 별 지시사항도 없이 묵묵히 자신의 취재업무를 수행해나갔다. 그냥 옆에서 보고 배우라는 뜻으로 짐작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흉내를 내면서 사진찍기를 익혔다. 그러다가 문득, 모터드라이브도 없는 FM2를 세로로 세워서 찍어보았다. 나중에 돌아오는 차안에서 고수의 한 말씀이 계셨다. “자네 세로도 찍을 줄 아는구만”
 
자신의 취재를 하면서도 나를 눈여겨 본 모양이고 햇병아리에게 뭔가 덕담을 해주려고 했을 것이다. 그 때 생각엔, 오죽 칭찬할 일이 없으면 세로로 찍는 것을 언급하나 싶었다. 그러나 해가 거듭할수록 그 날의 기억이 새롭다. 그 후 사진강의를 하면서 나는 늘, 첫시간에 가로와 세로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마다 대선배이자 부장이었던 그 분을 떠올리곤 한다.  기본이 중요하다. 
 
옛날 이야기는 잊어버리시라. 시대가 바뀌어 디지털을 쓰는 요즘은 필름을 아끼기 위해 조심스럽게 셔터를 누를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매 상황마다 가로와 세로를 꼭꼭 찍어두자. 그러나 사진 실력이 조금이라도 늘었다는 생각이 들고 나면 이 이야기가 새롭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2단계- 주인공과 다른 요소들의 관계
 
찍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결정한다. 주인공이 없는 풍경사진도 있을 수 있다. 그땐 사진 안에 주로 담기는 요소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들판이든 하늘이든. 다음으론 조연이나 엑스트라가 필요한지를 결정한다.
 
좋은 사진은 깔끔하고 일목요연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구성의 요소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적일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 하나만 두는 구성은 단순하여 쉬 싫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석고상 하나만 그려도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석고상을 잘 그리면서 동시에 옆에 다른 요소를 곁들이면 훨씬 다채로운 구성이 될 수 있다. 세상엔 사진이 넘쳐나고 있다. 그 많은 사진들 중에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더 멋지거나 완성도가 높다고 할 땐 뭔가 비교의 척도가 있기 마련이다. 하나보단 둘로, 둘보단 셋으로 구성된 사진이 더 난이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모노드라마보다 수백명이 출연하는 오페라가 늘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순 없을지 모르지만 소품과 대작의 차이는 자명하다.
 
이 때 유의할 점은 주인공과 조연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춘향전을 찍으면서 향단이 역에 더 아름다운 여배우를 쓴다면 춘향은 필히 주목도가 떨어질 것이다. 첨부터 향단이를 주인공으로 재해석한 향단전을 찍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조연은 주연을 위해 존재한다. 엑스트라는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묵묵히 일해야 한다. 모두 빛나게 뛰어다니면 주인공이 위축된다.
 

충남 보령의 어민들이 경운기를 타고 바지락을 채취하러 개펄로 가는 장면이다. 아래 가로 사진과 비교해보자.


 
나는 취재 현장에서 대부분의 경우, 본능적으로 가로와 세로를 모두 기록해둔다. 위의 세로와 비교하면 어느 사진이 더 완성도가 있을까?  두 사진의 이미지 사이즈-면적은 같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측면(세로사진의 경운기가 가로보다 더 크게 찍혔다)과 경운기의 행렬이 그리는 S 자를 생각하면 세로가 더 적합할 것 같고 개펄 입구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가로도 크게 나쁘진 않다.  두 사진 사이에 차이는 있지만 쓸 만 하다는 결론을 내려도 무난하다.
 
다음 사진을 보라.
 

개펄에 도착한 어민들이 바지락을 채취하고 있다.
 
난 이 사진을 찍을 땐 세로 앵글은 잠시 고민하다 생략해버렸다. 이 장면은 넓은 개펄에서 많은 인원이 바지락을 캔다는 의도로 찍었기 때문에 세로의 경우 어떤 프레임으로도 가로의 느낌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3 단계-선이 구도를 만든다.
 
사진 잘 찍는 법-하나, 둘, 셋의 마지막 3단계는 선과 구도에 대한 이야기다. 1단계-가로와 세로, 2단계-주인공과 조연에 대한 이야기는 초보자들도 이해하는 데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냥 한 번 쭉 읽어봐도 이해가 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세번째 단계에선 구도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때문에 조금 긴장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그랬다. 학창시절 그것 때문에 미술시간이 어려웠다. 사진 잘 찍는 법을 이야기하면서도 구도란 표현을 피하고 싶었을 정도다. 최대한 쉽게 썼으니 편하게 읽고 넘어가면 된다. 필자도 더 이상 깊이 들어가면 어지러워서 쉽게 쓸 수 밖에 없었다.
 
프레임에 들어 있는 선에 주목하자. 사람들은 일정한 형태를 이루는 선을 보면서 안정감을 느낀다. 바꿔 말하면 사람들은 사진에서 선을 찾고 싶어한다. 점이 모여 선을 이루고 선이 이어져서 도형을 만든다. 점과 선과 도형의 나열이 곧 구도다. 자연과 일상 속엔 선과 구도가 있고, 그것을 옮기는 것이 사진이니 사진 속에도 선과 구도가 있다. 선에도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직선, 곡선, 형태가 뚜렷한 선, 끊어지는 선도 있다. 자로 그은 듯한 선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점이 있으면 눈으로 그 점을 연결시킨 가상의 선을 떠올릴 줄 알아야 한다. 주인공과 조연이 선을 이룰 수도 있고, 배경으로 선이 등장할 수도 있다.
 
필자는 ‘안정된 구도’라는 것을 특별히 권하지 않는다. 황금비율, 삼분할 구도 따위도 권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 본인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마음에 들고 편안해 한다면 그것이 최선이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일관성에 있을 뿐이다. 삼분할 구도를 끝없이 생산해내는 것이 프로의 길은 아니다.
 
앵글을 이리 저리 바꿔보는 것에 따라 선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선의 모양이 달라지기도 하니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3단계가 모두 끝났다. 프레임 구성에 대해선 더 할 이야기가 없으니 실습을 해보시라. 사진은 책상이나 컴퓨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찍어본 뒤 잘 된 사진이나 그렇지 않은 사진이나 모두 http://photovil.hani.co.kr/에 올려주시면 평이나 답을 드리겠다.
 

광장을 가득 메운 여성들이 춤사위를 보이면서 행진하고 있다. 완전한 직선은 아니지만 사진에서 선이 보인다. 붉은 색도 이 사진의 포인트다. 2000년 평양.
 
 

놀이터엔 여러가지 형태의 기구들이 있다. 여러가지 모양의 직선과 곡선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사진 속 프레임을 선으로 채울 수 있다.  혜화동 한 학교 운동장의 놀이터.
 
 

선 자체가 구도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순천.
 

선이 모여 면을 이룬다. 면의 형태 자체가 선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모든 사진에 통용되진 않지만 선을 보는 안목이 있다면 당신의 사진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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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강인수 사랑방
글쓴이 : 재클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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