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이별을 예약하는지도 모릅니다.
특히 우리 같은 사람에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이 계절에
그 쓸쓸함이 배가 되는 군요.
저는 현재 일산의 외곽에 거주하면서
시내에 있는 모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한평생을 받쳐 나름대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교육현장에서 일해 왔습니다.
4년전 그 잔인했던 9월이 있기 전까지
우리 가정은 나름대로 행복했고
주위에서 모범적인 가정이라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그해 9월 그러니까 2001년 9월
저는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고
만성신부전이어서
혈액투석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고통의 나날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내와의 믿음과 사랑,
아이들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사랑과 책임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불행은 항상 쌍으로 온다던가요
그렇게 믿었던 아내가 시름시름 앓더니
들어보지도 못했던 루게릭병이라니
정말 청천벽력 같았습니다.
일주일에 세번 투석 받는 나의 고통은
아내의 고통에 비할 바가 못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눈물만 흘리고
손까락하나 까닥 못하는
아내를 쳐다보는 심정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릅니다.
우리 집은 폭탄이 둘이나 있어.
언제 터질지 몰라. 엄마 폭탄,아빠 폭탄.
얘들아, 사람은 언젠가는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와
이별을 하게 되어있어.
다만 우리에게 그 기회가
빨리 찾아오고 있을 뿐이고
지금 우리는 이별 연습중이야.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말고
굳세게 살아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억울합니다.
신이시여! 우리가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나요?
아니면 우리를 어디에 쓰시려고
그리 빨리 데려 가려하나요?
대답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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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MBC라디오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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