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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환빈,환불균

우리둥지 2019. 2. 20. 09:03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는 말이 있다.


송나라 유학자 육상신이 언급했다. 다산의 목민심서에도 나오고, 이외수의 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에서도 차용됐다.

백성은 가난에 분노하기 보다 불공정에 더 분노한다는 뜻이다.


논어 계씨 편의 ‘불환과이환불균 불환빈이환불안(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이 유래다.

‘정치를 하는데 있어서 백성의 수가 적은 것을 걱정하지 말고 백성이 평등하지 못한 것을 염려하며,

백성이 가난한 것 보다 백성이 안정되지 않은 것을 우려하라’. 공자가 염유라는 제자에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백성은 가난 보다 불공정에 분노한다는 이 금언은 2천500여년 전의 통치철학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늘의 대한민국에 딱 들어맞는다.

섬뜩할 정도로 신기하다.

지난 정권의 불공정·불균등한 정책으로 수백만, 수천만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으로 눈물짓고 한숨쉬며 분노했던 바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물론 보통 사람들은 가난하기 보다 부유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부를 추구한다. 이를 나무랄 순 없다.

문제는 과연 공정한가에 있다. 당연히 대부분의 장삼이사는 정당한 방법으로 성취를 이루고자 노력한다.


공정한 사회에서는 그게 가능하다. 그러나 불공정한 사회에서는 어렵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도자가 어떤 의식을 갖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공자가 말한 균등의식을 갖고 있는가,

그렇지않는가가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중신이나 양반의 신분을 우대해 특권을 주는 ‘음서’제도라는 게 있었다.

과거와 같은 선발시험을 거치지 않고 그들의 친족이나 처족을 등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의 음서제도를 뺨치는 일이 수백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과거 정권에서 비일비재했다.

마치 고려나 조선시대의 기득권층이 타임머신을 타고 와 진화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불공정은 필연적으로 국민의 분노를 불러왔다.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행정…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환불균’을 일깨우는 촉매가 됐다.

공정한 나라,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불공정에 분노해야한다는 점에서 훨씬 극적이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지난해 촛불민심이 보여준 것이야말로 ‘환불균’의 전형이다.

불공정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마침내 그 모든 불공정의 중심에 선 대통령을 탄핵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 입으로는 공정한 세상, 평등한 세상을 말하면서 뒤로는 끊임없이 특권과 혜택을 누려온 시대의 비극적 종말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이것은 복수도 아니고, 한풀이도 아니다.

불공정에 분노한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이종주 논설실장 mdlj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