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성공의 완성은 나눔이다-기빙튜스데이/박 용 필 논설고문
프랭크 데일리. 그는 오하이오주 공군(방위군) 중령이다. 지난해 초 기지 인근 식당을 찾았다.
그곳서 데일리는 8살 소년과 운명처럼 맞닥뜨린다. 이름은 마일스 에커트. 소년은 그날따라 매우 들떠 있었다.
주차장에 눈이 수북히 쌓였는데도 20달러 짜리 한 장이 눈에 띄었다. 이 무슨 횡재람.
"처음엔 그 돈으로 비디오 게임을 사려고 했어요. 그런데 곧 맘을 바꿔 먹었지요." 마일스는 수줍은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군인 아저씨가 혼자 식사하는 걸 봤거든요. 유니폼을 입은 아저씨들만 보면 아빠 생각이 나서요."
문득 아빠의 얼굴을 떠올린 마일스는 메모지에 글을 썼다. "사랑하는 군인 아저씨. 내 아빠도 군인이었습니다.
지금은 비록 천국에 있지만요." 급하게 쓴 탓에 글씨는 삐뚤빼뚤했다. "주차장에서 돈을 주웠어요.
나는 이 20달러가 귀하게 쓰이길 원해요. 아저씨. 당신의 (군) 복무에 감사드려요."
소년은 편지와 함께 20달러를 데일리 중령에 건넸다.
데일리 역시 이라크 참전용사. 글을 읽고나선 그만 울컥했다. "그날 작은 쪽지 한 장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렸어요.
그 아이는 내 삶의 멘토지요. 마일스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으렵니다."
마일스의 아빠는 이라크에 파병된 지 얼마 안돼 목숨을 잃었다. 마일스가 태어난 지 꼭 5주째 되는 날에.
그러나 사진과 유품을 통해 매일 아빠를 만난다. 그날 점심 식사 후 마일스는 엄마를 졸라 아빠가 잠든 근처 국립묘지를 찾았다. 왠지 그날만큼은 아빠가 꼭 보고 싶었다. "사랑해요, 아빠. 어느새 제가 이렇게 컸네요."
CBS의 전파를 탄 마일스의 선행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브닝 뉴스를 진행한 앵커의 목소리도 가라 앉았다.
"마일스는 작은 거인,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지난해 생스기빙데이 다음 주의 화요일. 데일리 중령은 마일스와의 만남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소년의 편지는 삽시간에 미 전국을 돌고 또 돌았다. 기부금도 모아졌다. 무려 30만 달러가 넘는 돈이.
마일스와 엄마는 이 돈을 한 푼도 건드리지 않았다. '스노볼 익스프레스'라는 자선단체에 몽땅 도네이션 했다.
'스노볼'은 전쟁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후원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중령은 왜 마일스와의 사연을 추수감사절 다음 주 화요일에 올렸을까.
미국서 이날은 '기빙 튜스데이(Giving Tuesday)'라 부른다. 우리말로 옮기면 '기부하는 화요일'.
생스기빙데이가 지나치게 상업화하고 있는 것에 대응해 생긴 날이다. 소비지상주의에 경고음을 울렸다고 할까.
'블랙 프라이데이'나 '사이버 먼데이'는 이제 옛말. 요즘은 '그레이 서스데이(Gray Thursday)'가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생스기빙데이, 곧 목요일 저녁 늦은 시간부터 세일을 한다고 해서다.
'기빙 튜스데이'는 할리우드 스타들까지 참여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자선단체가 아니어서 직접 기부는 받지 않고
기부를 권유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돈만 기부하는 게 아니다. 재능과 시간, 봉사 등 다양한 기부행위가
이날 하루 전국에서 펼쳐진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언젠가 기부와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열정은 성공의 열쇠, 성공의 완성은 나눔입니다."
버핏은 자신이 죽은 뒤 전 재산을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에 기부하기로 이미 서약한 바 있다.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이지만 알고 보면 빈털터리인 셈.
성공하길 원하세요? 나누세요. 이번 쇼핑에 쓴 돈 가운데 10분의 1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