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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빅지원의 법고창신

우리둥지 2013. 5. 25. 04:13

법고창신 (法古創新)

본받을 법, 옛 고, 비로소 창, 새로울 신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으로 옛것을 토대로 변화시킬 줄 알고

새롭게 만들어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에 대하여

요즘 서예계에서 ‘법고창신’이란 말이 자주 거론된다. 이것은 “옛 모범에서 배우되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원래 서예계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문학계에서 나왔다. 18세기 조선의 실학자이며 대표적인 문인이었던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년)이 제기한 미학사상이다.

이러한 미학사상은 그의 저서들인 《초정집》 서문, 《좌소산인에게 보내는 글》, 《자소집》 서문 등에 수록되어 있다.

연암은 ‘실사구시(實事求是, 현실에 실지 접해서 진리를 탐구하는 것)’의 입장에서 문학이 구체적인 사실, 다시 말해 당시의 현실에 눈을 돌려 그것을 진실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그가 이덕무의 시에 대하여 “조선의 새, 짐승, 풀, 나무, 강원도 사내와 제주도 아낙네의 성격을 잘 보여”주어 “조선의 기풍과 습속을 그대로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한 사실을 놓고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연암은 당시 우리 문학에서 발로되고 있던 모방주의적이며 형식주의적인 창작경향을 배격하는 평론활동을 왕성하게 하였다. 그에게 있어 가장 배격할 대상은 형식주의였다. 이에 대해 그는 《아무에게 주는 편지》에서 “시골사람이 서울모양을 내려는 것은 주정뱅이가 취하지 않은 체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면서 모방주의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렇게 일관된 연암의 주장은 ‘법고창신’의 미학사상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옛것을 본받고자 하는 사람은 낡은 것에 매달리는 것이 흠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사람은 전통에 의거하지 않는 것이 걱정이다. 진실로 옛것을 본받되 개변시킬 줄 알아야 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되 전통에 의거할 줄 안다면 오늘의 글이 옛글과 마찬가지일 것이다.”(《초정집》 서문)고 강조하였다.

그의 이러한 ‘법고창신’의 사상은 “모든 것이 오래되면 변화할 것을 생각하게 되며 낡아지면 새것을 생각하게 된다.”(《연암집》 권 13, 《열하일기》 망양록)는 미학적 사유에 기초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연암 박지원은 당시 우리 문학에서 나타나고 있던 형식주의, 모방주의를 반대하고 우리의 구체적 현실을 진실하게 반영해야 한다는데 깊은 주의를 돌렸으며 이 과정에 ‘법고창신’의 계승과 혁신에 관한 미학사상을 내놓음으로써 당시의 문학을 발전시키는데 이바지 하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고창신’이란 명제는 오늘날 예술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되새겨 볼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을 모범으로 삼아 열심히 연마한 뒤에 그것을 근거로 새로운 창작을 해야만 생명력 깊은 새로운 고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법고창신’을 위해 붓잡은 손에 기를 모아나갔으면 한다.

한국서예사연구소장 정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