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고 마 비 (天 高 馬 肥 ) 란?
천고마비(天高馬肥)하는 가을철이다. '하늘이 높아 보이고 말이 살찌기 시작하는'
가을은 곧잘 낭만과 동의어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천고마비'는 낭만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이태백(李太白)과 함께 당시(唐詩)를 대표하는 인물이 두보(杜甫).
그의 조부는 두심언(杜審言.648?~708)이라고 하는데
그 또한 문명이 높아 이교(李嶠).최융(崔融).소미도(蘇味道)와 함께
'문장4우'(文章四友)로 일컫기도 했다.
그가 남긴 시로 현존하는 43편 중 다음 '소미도에게'(贈蘇味道)는 유명하다.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혜성이 떨어지니/가을 하늘 높아지니 변방의 말 살이 오르니/
힘차게 말 달리며 날랜 칼 휘두르고/붓 놀려 격문을 날리리라."
(雲淨妖星落/秋高塞馬肥/據鞍雄劍動/搖筆羽書飛)
이 시가 바로 가을철을 묘사하는 천고마비(天高馬肥) 출전 중 하나이다.
주의할 것은 '추천색마비'(秋高塞馬肥)라고 해서 '추고마비'(秋高馬肥)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물론 '추'(秋)는 '추천'(秋天), 즉 가을 하늘을 뜻한다.
가을 하늘이 갖는 푸르름과 높음의 상징성은 대한민국 애국가 제3절 첫 소절이
'가을하늘 공활(空豁)한데'인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추고마비'(秋高馬肥)가 어느 새인가 천고마비(天高馬肥)로 바뀐 것이다.
소미도는 왜 변방으로 떠나야 했을까?
두심언 시 어디에도 가을철 낭만은 털끝만큼도 찾을 수 없다.
불길함의 대명사인 혜성이 떨어지고 변방과 칼이 등장하며,
전장의 긴박한 상황을 알리기 위한 격문이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두심언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거나 전운이 감도는 변방으로 떠나는 소미도에게 무사귀환하기를
바라는 뜻을 시에 담아 보냈던 것이다.
사실 '추고마비'는 당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북쪽 유목민 돌궐족의 침략을 알리는
전령과도 같은 불길한 징조였다.
말은 풀 먹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가을철이 가까워지면 본능적으로 살을 찌운다.
마찬가지로 돌궐사람 또한 겨울철을 대비해 약탈을 감행하게 된다.
최근 「당시 30수」(아이필드 刊)라는 당시 선접 첫머리에 '소미도에게'를 실은 어느 학자는
"당으로서는 '천고마비'는 그야말로 공습경계령 같은 코드를 지닌 낱말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상 생활중 무심코쓰는 "천고마비"라는 글귀를
새롭게 접할 수 있었던 내용이라 할수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