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타 글♧
남편 봉급 배고 모두 올랐어요.
우리둥지
2008. 3. 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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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강성지 씨(35)는 지난주 결혼 9년 만에 처음으로 가계부를 쓰기로 결심했다. 100원씩, 200원씩 야금야금 오른 물가가 쌓여 전체 살림살이에 적잖은 주름살을 만드는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밀가루 가격을 40~54%씩 올렸다. 제과ㆍ라면업체들도 잇달아 10~50% 가격을 인상했다. 두 달 전에 4000원 조금 넘던 밀가루(3㎏)는 5000원이고 식용유(900㎖)는 1000원쯤 오른 4750원이다.
롯데제과는 롯데샌드를 700원(80g)에서 1000원(100g)으로 300원 올리는 등 10여 품목에 대해 15%가량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해태제과는 맛동산을 7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다.
롯데칠성은 15개 제품에 대해 출고가 기준 탄산음료는 4~7%, 주스는 7~12% 올릴 방침.
남양유업은 올 들어 맛있는우유GT 가격을 1ℓ당 1750원에서 1850원으로 올렸고, 매일유업도 지난달 매일ESL우유(1000㎖)를 1750원에서 1850원으로 5.7% 인상했다. 밀가루를 재료로 사용하는 소면과 우동 값도 줄줄이 인상됐다.
◆ 찜질방ㆍ헤어숍ㆍ피자점ㆍ대리주차비까지 인상
= 식당, 찜질방, 헤어숍 등 각종 서비스업종 가격도 전방위로 오르고 있어 가계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민 음식인 자장면과 설렁탕 가격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세 식구에 1만원 한 장이면 해결하던 중국집 배달은 이제 옛날 얘기다.
자장면은 2500원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3500원으로 오르더니 이제 4000~4500원이다. 분식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김밥천국'은 이달 1일부터 대표 메뉴인 김밥 가격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 올렸다.
오므라이스, 된장찌개, 볶음밥 등 다른 메뉴도 대부분 500~1000원씩 올랐다.
지난해 말부터 밀가루, 치즈, 버터 등 원재로 가격 인상에 못 견딘 동네 피자점들도 가격을 올리거나 줄줄이 폐업하는 추세다.
호텔과 레스토랑 대리주차비도 장난 아니게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 특급호텔 대리주차비는 대부분 1만원이었으나 올 들어서는 롯데, 조선, 신라, 인터콘티넨탈 등 주요 호텔이 모두 대리주차비를 일거에 1만5000원으로 올렸다.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찜질방, 미용실 값도 자고 나면 어느새 30%, 50%씩 껑충껑충 오르는 추세다. 이대 앞 S미용실은 파마 가격을 6만원에서 7만원으로 올렸고, 커트도 1만5000원에서 2만원으로 인상했다.
공공요금도 부담이다.
종로구 내수동에 사는 양숙현 씨(31)는 "도시가스 요금이 평소보다 많이 나온 것 같아서 고지서를 살펴보니 '지난 1월부터 소비자요금이 평균 2.6% 올랐다'는 안내문이 있었다"면서 "겨울 동안 집안에서도 양말 신고 옷 껴입으면서 춥게 지냈는데 이제 곰탕 같이 가스를 많이 쓰는 음식은 하지도 말아야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 새 학기 앞두고 학원비, 문구류 값도 뜀박질
= 새 학기를 앞두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뜀박질하는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가슴에 돌덩이를 얹고 있는 것처럼 무겁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사는 회사원 김수빈 씨(37)는 장바구니 물가보다 줄줄이 오르는 학원비가 더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비가 한 달에 64만원에서 71만원으로 오른 데다 방문학습지 비용도 3만1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2000원씩 올랐다. 이것도 국어ㆍ수학 두 과목이니 한 달이면 4000원이다. 가베 교육비도 6만5000원에서 7만원 인상돼 올 들어 교육비 부담만 한 달에 7만9000원이 늘었다.
학원비뿐만 아니다. 문구류 제품들도 한국제지 등 대부분 원자재 업체에서 가격을 인상해 필기류, 복사용지 등 가격이 5% 정도 높아졌다.
또 기름값 상승으로 인해 하우스재배를 하는 풋고추 등 야채류와 화훼류 가격이 올 들어 5~30%, 전년 동기비 40~60%가량 올랐다. 한 주부는 "아이 성적하고 남편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며 최근 시장 물가 상승에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기획취재팀 = 채경옥 차장(팀장) / 김주영 기자 / 김지미 기자 / 이은아 기자 / 유주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구독] [주소창에 '경제'를 치면 매경 뉴스가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