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재사진첩]송승호씨, 초등 졸업 후 46년만에 고등학교 입학
일과 학업 병행하던 중 입학생 없어 하장고 폐교 결정
고1 담임 박근우 선생님 도움으로 고한고로 전학
"원예와 축산업 전공으로 대학 진학 하고 싶어"
“큰형님, 사과 따는 포즈 취해보세요”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동급생 교복을 빌려 입은 송승호씨가 카메라 앞에 섰다. 평생 처음 교복을 입은 송씨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7년 전 사과 농사를 시작한 송씨는 졸업사진 촬영을 앞두고 열매를 맺기 시작한 사과를 학생들에게 선물했다. 이날 졸업사진 촬영은 고3 담임 정지웅 선생님(29)이 강원도교육청의 소규모 학교 졸업사진 촬영 사업에 송씨의 사연을 담아 신청해 마련됐다.
61세 늦깎이 고3 승승호씨는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생계를 위해 1974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소를 키워온 송씨는 검정고시를 통해 중학교 졸업장을 받았고, 축산업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어 고등학교 진학을 결심하게 됐다.
61세 늦깎이 고3 송승호씨가 강원도 정선 고한고에서 동급생에게 빌려입은 교복을 입고 졸업사진을 찍고 있다. 정선/박종식 기자 송승호씨가 담임선생님, 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선/박종식 기자 송승호씨가 졸업사진을 찍던 중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선/박종식 기자“고등학교도 검정고시를 보려고 했었는데 입학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있던 하장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입학을 적극 추천하셨어요.” 하장고 진학을 결정한 뒤 송씨는 고1·2학년 담임교사 박근우, 조성국 선생님의 도움으로 일과 학교 생활을 병행할 수 있었다.
박근우 선생님(57)은 “나이가 많은 신입생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걱정도 되긴 했지만 송승호 학생이 성실하게 학교생활에 임해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입학생이 없어 하장고 폐교가 결정되자 송씨는 학교 생활을 이어가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때 고한고로 전근을 간 박근우 선생님이 송씨에게 전학을 권유했다. “형님, 이왕 공부를 시작한 거 마무리는 지어야 하지 않겠어요?” 학교에서는 학생과 제자이지만 밖에서는 형님, 동생 사이가 됐다는 박선생님은 송승호씨가 학교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은인이었다.
박근우 선생님이 쉬는 시간 송승호씨의 과제를 살펴보고 있다. 정선/박종식 기자 송승호(가운데)씨가 고1담임 박근우(왼쪽), 고3 담임 정지웅 선생님과 함께 창밖을 보고 있다. 정선/박종식 기자올해 초 고한고로 전학 온 송승호씨는 손주 또래의 동급생과 20대 담임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대학 진학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박근우·정지웅 선생님과 함께 졸업사진 촬영을 마치며 송씨는 “원예와 축산업 전공으로 대학 진학을 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하고 싶다”라고 꿈을 밝혔다.
정선/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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