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새 한 마리가 쓰러진 산을 일으켜 깨울 때가 있다 억수장마에 검게 타버린 솔숲 둥치 부러진 오리목, 칡덩굴 황토에 쓸리고 계곡 물 바위에 뒤엉킬 때
산길 끊겨 오가는 이 하나 없는 저 가파른 비탈길 쓰러지며 넘어와 온 산을 휘감았다 풀고 풀었다 다시 휘감는 뻐꾹새 울음
낭자하게 파헤쳐진 산의 심장에 생피를 토해 내며 한 마리 젖은 뻐꾹새가 무너진 산을 추슬러 바로 세울 때가 있다
그 울음소리에 달맞이 꽃잎이 파르르 떨고 드러난 풀뿌리 흙내 맡을 때 소나무 가지에 한 점 뻐꾹새는 산의 심장에 자신을 묻는다
-시집『꽃과 상징』(시선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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