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들♧

뻐국새 한 마리 山을 깨울 때

우리둥지 2021. 1. 16. 08:08

 

 

 

뻐꾹새 한 마리가

쓰러진 산을 일으켜 깨울 때가 있다

억수장마에 검게 타버린 솔숲

둥치 부러진 오리목,

칡덩굴 황토에 쓸리고

계곡 물 바위에 뒤엉킬 때

 

 

산길 끊겨 오가는 이 하나 없는

저 가파른 비탈길 쓰러지며 넘어와

온 산을 휘감았다 풀고

풀었다 다시 휘감는 뻐꾹새 울음

 

 

낭자하게 파헤쳐진 산의 심장에

생피를 토해 내며

한 마리 젖은 뻐꾹새가

무너진 산을 추슬러

바로 세울 때가 있다

 

 

그 울음소리에

달맞이 꽃잎이 파르르 떨고

드러난 풀뿌리 흙내 맡을 때

소나무 가지에 한 점 뻐꾹새는

산의 심장에 자신을 묻는다


김  완  하 시
 

 

-시집꽃과 상징(시선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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